중국 상하이를 찾는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 1920년대 유럽풍 건축물이 즐비한 거리인 우캉루 등 주요 명소엔 트렌디한 차림새의 한국 젊은이가 자주 눈에 띈다. 여행객만이 아니다. ‘딥시크 쇼크’ 이후 중국 혁신 현장을 찾는 기업인과 정치인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중국에 아직 기회가 있는가?”중국에 밀리던 배터리 기업에도 기회가 왔다. 미국 자동차 빅3 기업과 수십조원대 합작 계약을 맺었다.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2025년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자 빅3는 배터리 합작부터 칼을 댔다. 포드는 한술 더 떠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을 라이선싱했다. 냉혹한 경제 논리 앞에 ‘탈 중국 공급망 동맹’은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본질은 경쟁력이다. 모두가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외칠 때, 새로운 협력 모델로 판을 바꾸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을 피하는 대신 냉정하게 역이용하는 ‘용중(用中)’의 지혜를 통해 시장·공급망·혁신, 세 축에서 조용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 휠라(FILA)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재공략 중이다. 중국 스포츠 브랜드 안타(Anta)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사업 운영을 이 회사에 맡겼다. 이 JV는 중국 내에서 매출 5조원대 규모 회사로 성장했고, 휠라는 연간 약 1000억 원의 로열티를 챙긴다. 로컬 역량을 제대로 활용한 사례다.
중국은 배터리·전기차·로봇 등 첨단 산업의 글로벌 지배력을 확보한 중국의 공급망 협력을 업그레이드하며 ‘슈퍼 을’의 자리를 지키는 국내 기업들도 있다. 경북 구미에 있는 배터리 장비 중견기업 피엔티는 중국 배터리 기업 ‘고션(Gotion)’과 ‘EVE에너지’의 유럽 신규 공장에 전극 공정 장비를 공급하며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비결은 대체 불가능한 기술과 장기간 쌓은 신뢰다.
얀 마텔의 소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소년 파이는 굶주린 벵골 호랑이와 구명보트 위에서 227일을 버틴다. 그는 호랑이를 바다로 밀어내지 않는다. 호랑이를 잃는 순간, 자신을 지탱하던 긴장감과 생존 본능마저 무너질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불편하고 위협적이지만, 함께 버텨야 살아남는 그런 존재 아닐까?
김영수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위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