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우 짧은 단기 원정(excursion)”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 이란전쟁이 28일로 한 달을 맞았다. 4~6주면 끝낼 수 있다던 호언장담은 간데없고, 세계 경제는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복잡한 미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멈춤(little pause)’에 불과할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은 한 달도 안 돼 허언으로 드러났다.
인류는 중동의 작은 바닷길이 세계 경제를 통째로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빗장을 걸어 잠그자 전쟁 전(2월 27일) 배럴당 68달러 수준이던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 26일 130달러까지 치솟았다. 160여 년 석유 시장 역사상 유례없는 공급 위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가스 공급 충격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가가 치솟으면 기업의 생산비용이 급증한다. 기업은 이를 소비자가격에 전가하는 동시에 설비 투자를 줄이고 가동률을 낮춘다. ‘공급 쇼크’는 이런 경로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으로 이어진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상승은 경기 침체를 가속화한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교과서 속 스태그플레이션은 현실이 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6일 보고서에서 올해 주요 20개국(G20)의 물가 상승률이 4.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3.2%로 높이려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9%로 유지했다. 전쟁 전 연 4%를 밑돌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7일 연 4.432%로 급등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뜨겁던 자본시장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전쟁 전 157조5034억달러에서 25일 145조9237억달러로 7.5% 줄었다. 한 달 새 11조5797억달러(약 1경7000조원)가 증발했다.
전쟁의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세계 경제는 회복탄력성을 잃어가고 있다.
유창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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