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이 버텼더니 이런 일이"…89세 할머니 울린 '10분의 기적'

입력 2026-03-27 18:09   수정 2026-03-27 18:26


“보릿고개도 넘기고, 6·25도 겪었지. 그렇게 안 죽고 살았는데 이제 나라에서 돌봐준다니 얼마나 고마워요. 자식들보다 낫지.”

27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5동 주민센터. 전국적으로 통합돌봄 서비스 신청이 본격 시작된 첫날, 이곳에서 접수창구를 찾은 첫 신청자는 80대 후반의 정모씨였다. 왼쪽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그는 주민센터 직원과 함께 차를 타고 센터에 도착했다. 창구 앞 의자에 앉은 정씨는 서류를 받아 들고도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꺼냈다.

접수에는 총 10분 남짓 걸렸다. 담당자는 정씨에게 신분증을 건네받은 뒤 신청 접수 결과는 종이 안내가 편한지, 문자 안내가 편한지부터 차근차근 물었다. 이어 미리 준비한 신청서와 개인정보 동의서를 한 장씩 넘기며 서명할 자리를 짚어줬다.

눈이 침침한 정씨를 위해 주민센터에 비치된 돋보기 안경도 곧바로 건네졌다. 정씨는 사인만 하면 됐다. 몇 차례 설명과 확인이 오간 뒤 담당자가 “어르신, 신청은 벌써 끝났다”고 말하자 그는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정씨는 통합돌봄 제도를 어떻게 알게 됐느냐는 질문에 “마을간호사 선생님이 알려줬다”며 “원래도 서비스를 받고 있었는데 설명을 듣고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지원이 가장 필요하냐고 묻자 그는 “찾아와서 돌봐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자식들도 마음은 있겠지만 다들 먹고살기 바쁘지 않으냐”며 “(지방자치단체에서) 가끔 전화만 해줘도 고마운데 이렇게 찾아와주니 더 바랄 게 있겠느냐”고 말했다. 병원 동행 서비스에 대해서도 “그런 건 기본으로 있어야지”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통합돌봄은 이날부터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일제히 시행을 시작했다. 노쇠·질병·장애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과 의료 필요도가 높은 중증 장애인이 대상이다.

신청은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할 수 있고, 이후 사전조사와 가정방문 조사, 통합지원회의를 거쳐 개인별 지원계획이 세워지는 구조다.

신청이 접수되면 담당자가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상담해 대상 여부를 가리고, 대상자로 판단되면 지자체와 건보공단 담당자가 집으로 찾아가 건강상태와 주거환경, 돌봄 수요를 살핀다. 이를 바탕으로 공공·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합지원회의에서 개인별 지원계획을 확정하고, 이후 3개월 단위로 상태 변화와 서비스 이용 상황을 점검한다. 신청부터 계획 확정까지는 통상 1~2개월이 걸릴 수 있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방문진료와 치매관리, 보건소 방문건강관리, 방문요양·방문간호, 재택의료, 주야간 보호, 노인맞춤돌봄 같은 기본 서비스가 연계된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단순히 서비스를 하나 더 얹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돌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출발점”이라며 “지역 간 격차 없이 균형 있게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지원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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