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전 7시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서울 유아차 런(Run)’ 행사 현장. 광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주황색 '유아차 런' 공식 티셔츠를 맞춰 입은 가족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반바지와 레깅스 차림의 부모들은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 맸고, 선글라스를 낀 채 러닝 조끼를 걸쳤다.
아이들은 유모차에 앉아 풍선을 흔들거나 과자를 쥔 채 출발을 기다렸다. 유모차 손잡이에는 작은 인형과 풍선, 이름표를 단 가족도 적지 않았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부모들은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천천히 밀며 앞으로 나아갔다. 기록 경쟁보다는 가족끼리 속도를 맞추며 함께 걷고 뛰는 분위기가 짙었다. 아이를 바라보며 연신 웃는 부모들과 다른 가족과 말을 섞으며 발걸음을 맞추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광장 일대를 채웠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2026 서울 유아차 런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진행됐다. 지난해 1000가족 규모였지만 올해는 영유아와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가족 약 2만명이 참가했다. 이번 행사는 우리은행 후원으로 열렸으며 오전 8시30분 토끼반을 시작으로 거북이반, 유아차 졸업반이 차례로 출발했다.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서울광장과 숭례문, 마포대교를 거쳐 여의도공원까지 이어지는 8㎞ 구간을 달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에 참가했다는 신모씨(41)는 “작년엔 다들 들뜬 분위기 속에 조금 분주했다면 올해는 훨씬 여유롭고 안정된 느낌이었다”며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가족들이 다같이 뛰고 걷는 것 자체를 즐기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는 지난해보다 한층 정돈된 분위기였다. 앞만 보고 속도를 내기보다는 가족끼리 걸음을 맞추며 풍경을 즐기는 참가자가 많았다. 유모차를 밀며 천천히 걷다가 사진을 찍고 다시 출발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일부 참가자들은 달리던 중 도로 위에 떨어진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주워 봉투에 담기도 했다. 기록 경쟁보다 아이와 함께 걷는 시간 자체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행사는 단순한 러닝 이벤트를 넘어 가족 참여형 시민 캠페인에 가까운 모습으로 펼쳐졌다.
안전 관리도 지난해보다 한층 촘촘해졌다. 서울시는 통일로 상습 정체에 따른 교통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코스를 숭례문 경유로 조정하고 광화문광장부터 여의도공원까지 주요 구간의 차량 통행을 순차 통제했다.
행사 전에는 지난해 지적받은 도로 파임과 교량 이음새 구간을 중심으로 정비를 벌였다. 유아차 바퀴가 걸릴 수 있는 홈을 메우고 완충 처리를 해 참가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코스 곳곳에는 거리공연, 캐릭터 응원, 포토존 등 가족 단위 프로그램을 배치됐고 구급차 5대와 의료진 2팀, 안전요원 186명 등 총 637명의 운영 인력도 투입됐다.



행사 종료 뒤엔 여의도 상권이 모처럼 들썩였다. 오전 10시~11시를 전후해 완주 기념품을 챙긴 참가자들이 인근 식당과 카페로 몰리면서다. 주황색 행사 티셔츠를 입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여의도 일대를 메웠고 일부 매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평소 여의도는 업무지구 특성상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오전 행사가 끝난 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인근 식당과 카페로 몰리면서 점심시간 전부터 매장마다 손님이 들어찼다. 주황색 행사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이 식당 앞에 줄을 섰고, 유모차를 세운 가족들이 고깃집과 카페를 가득 채웠다. 인근 상인은 “주말 여의도는 원래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데 이날은 행사 참가자들이 몰리면서 손님이 확 늘었다”며 “평소 주말과 비교하면 매출이 2~3배는 뛴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서울시는 시민과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임신과 출산, 육아를 응원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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