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닐봉지 재고가 거의 다 소진됐어요. 그런데 일회용 포장 용품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걱정이 많아요."
29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류숙영 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달 초에 빵집을 연 류 씨는 "오픈 전에 사 놓은 일회용 포장 용품이 별로 남지 않았다"며 "사실 2~3일 전쯤 방산시장에 갔는데, 개인적인 일 때문에 견적서만 받고 주문을 못 했다. 상황이 계속 나빠지는 것 같아서 그때 주문할 걸 후회한다"고 했다.
빵집 등 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배달·포장 용품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석유화학 제품 주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회용 배달·포장 용품을 판매하는 도·소매업체는 최근 가격 인상 공지에 나섰다. 서흥이앤팩은 온라인몰 공지를 통해 "제품 수급 및 가격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원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4월부터는 순차적인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방산365는 "최근 국제 정세로 인한 유가 폭등 및 원자재 수급 불안정으로 일회용기, 비닐 등 전 상품 공급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제품 수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4월부터 전 품목 단가를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새로피엔엘도 "합성수지류와 일부 급등한 원자재를 사용하는 상품에 한해 순차적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고 공지했다. 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구매 수량 제한과 발송 지연 가능성도 언급했다.
아직은 일회용 배달·포장 용품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준 씨는 "일회용 포장 용품을 많이 쓰고 있다. 특히 커피 테이크아웃을 위한 일회용 컵 수요가 많은 편"이라며 "방산시장에 있는 새로피엔엘에서 일회용 포장 용품을 받아오고 있다. 앞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수급에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회용 배달·포장 용품 가격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평소 사용하는 사이즈의 비닐봉지는 이미 품절됐다" "앞으로 6개월 정도 버틸 수 있는 재고를 미리 쌓아두려고 한다", "일회용 배달 용기 가격이 벌써 올랐다" 등의 게시글과 댓글을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도·소매 업체의 가격 인상이 이른 시일 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소비자 물가 상승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도·소매 업체의 가격 인상이 1~2주 안에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나프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나프타 말고도 비닐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재료는 많다"며 "그동안은 가장 경제적인 원재료라는 판단에서 나프타를 널리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나프타 외에 다른 원재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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