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특정 대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내부 검토 과정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중재판정부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가 핵심이었습니다.”론스타와 쉰들러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을 잇달아 승소로 이끈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준우(사법연수원 34기·오른쪽)·이한길(42기·왼쪽) 변호사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ISDS 대응의 핵심으로 ‘절차와 전략’을 꼽았다. 김 변호사는 “단순히 이겼느냐 졌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얼마나 일관되고 투명한 절차를 밟았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분쟁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쉰들러 사건에서는 투명성이 최대 쟁점이었다. 쉰들러 측은 정부가 특정 대주주 편을 들었다는 프레임을 내세웠다. 김 변호사는 “실제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한 내부 검토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면서도 “대주주가 얽힌 구조에서는 내부 검토 과정을 제3자에게 충분히 공개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었고, 바로 그 지점에서 불신이 싹텄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재판정부를 설득하는 핵심은 결국 정부 결정이 특정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아닌 공익적 판단에서 비롯됐음을 논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김 변호사는 “과거 투자협정(BIT)은 투자 촉진에 방점을 두다 보니 분쟁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조항들이 많았다”며 “모호한 문구가 결국 ISDS 분쟁의 빌미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론스타 사건 이후 최근 체결되는 협정은 조항을 명확히 하고 남용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훨씬 정교해진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두 변호사는 ISDS를 단순한 방어 대상이 아닌 필수적인 제도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변호사는 “글로벌 투자와 기업 활동이 확대되는 이상 분쟁은 피할 수 없는 구조”라며 “오히려 투자자가 분쟁을 제기할 수 있는 통로를 제도적으로 열어두는 것이 투자 환경의 안정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이제 투자 유치국에서 투자국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어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ISDS를 활용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김 변호사는 “로펌의 역할이 분쟁이 터진 뒤 수습하는 것에서 투자 초기 단계부터 계약 구조와 리스크를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정부도 정책 결정 단계부터 ISDS 리스크를 염두에 두는 방향으로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도 가세했다. 이 변호사는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문서를 분석하고 글로벌 판례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AI가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며 “향후 중재 절차에서도 판정부와 당사자 모두 AI 활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유진 기자·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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