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스커버리·AI 파고에…로펌들 '디지털 포렌식 전쟁' 돌입

입력 2026-03-29 17:07   수정 2026-03-30 00:52

디지털 증거의 진정성이 소송 결과를 가르는 사례가 늘면서 로펌 업계에서 디지털 포렌식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 가시화한 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이 일반화하면서 기업과 로펌 모두 데이터 기반 분쟁 대응 체계를 재구성하고 있다.

◇국내 상위 10개 ‘로펌 전담팀’ 신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개 로펌은 각각 디지털 포렌식 전담팀을 앞다퉈 꾸리며 경찰·검찰 디지털 수사 출신 전문가와 소프트웨어 연구원, 외국 변호사 등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업계 최대 규모는 김앤장이다. 정중택(사법연수원 21기)·강한철(33기) 변호사 등이 포진한 리걸테크팀은 170명 규모로 업계 최대다. (주)NHN 법무그룹장 출신인 김광준 변호사(23기)가 이끄는 태평양 ‘BKL 디지털포렌식 센터’(50여명)는 해킹 사건 대응을 위한 데이터 로그 분석 역량을 앞세운다. 임희성 변호사(37기)가 이끄는 화우 디지털포렌식센터(45명)는 변호사 27명에 포렌식 전문위원과 전문 리뷰어까지 갖춰 기업 내 데이터 거버넌스 자문에 특화했다.

문무일 대표변호사(18기)가 이끄는 세종 포렌식·디스커버리센터는 AI 생성물 등 디지털 산출물의 원본 검증 역량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박승대 변호사(30기)가 이끄는 지평 디지털포렌식센터는 자체 구축한 법률 AI와 검색증강생성(RAG) 시스템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에서 핵심 증거를 빠르게 추출하는 역량을 강점으로 꼽았다.

광장 디지털포렌식 연구실은 이태엽 변호사(28기)와 이강복·전형환 전문위원이 주도하고 있으며, 손도일 대표변호사(25기)가 이끄는 율촌 Discovery센터는 오는 6월 화이트해커 영입을 예고하며 기술수출 대응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동주 변호사(26기)가 이끄는 대륙아주 압수수색 대응센터는 ‘24시간 대응’ 체계를 갖춰 불시 압수수색에 즉각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바른은 김영오(34기)·조재빈(29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포렌식 기업 FRA와 협업해 증거 수집부터 법정 변론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동인은 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KDFC)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전 예방 컨설팅부터 압수수색·증거 분석까지 3단계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K디스커버리·AI 증거, 새 전선 열린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으로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한국형 디스커버리는 소송 과정에서 한쪽 당사자가 보유한 증거를 상대방이 요구해 확보할 수 있는 증거개시 제도다.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이메일·메신저·내부 보고서 등 디지털 자료까지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다. 그동안 기술 탈취 분쟁에 국한된 포렌식 대응이 지식재산권 분쟁과 민사소송 전반으로 확장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원용기 태평양 디지털포렌식 센터 전문위원은 “광범위한 자료 제출 요구에 대응하려면 기업 내부 정보기술(IT) 환경과 데이터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말했다.

실전 성과도 쌓이고 있다. 홍기태 태평양 변호사(17기)는 지난해 7월 소니코리아가 연루된 약 560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이메일 증거가 위조됐음을 포렌식 분석으로 밝혀내 전부 승소를 이끌었다. 율촌도 2019년 미래에셋과 중국 안방보험 간 미국 델라웨어 호텔 인수 분쟁에서 디지털 포렌식으로 내부 의사결정 과정과 계약 이행 여부를 입증해 승소에 핵심 역할을 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포렌식의 무게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프롬프트(명령어) 입력 내역과 AI가 만들어낸 문서·영상이 범죄를 입증하거나 방어할 핵심 증거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AI 증거 확보에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챗GPT 등 해외 AI 서비스의 사용 기록은 해외 기업 서버에 저장되는 탓에 수사기관이 이를 확보하려면 국제 공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당사자가 대화 기록을 삭제해버리면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인상 동인 형사증거·디지털분석 대응전략센터장(32기)은 “당사자가 AI 챗봇의 대화 기록을 삭제하면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해 AI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향후 형사재판에서는 수사기관이 제시한 디지털 증거의 획득 과정과 무결성을 어떻게 다투고 담보할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진/정희원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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