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페인트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함으로써 소비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KCC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가격 책정을 최대한 신중하게 해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KCC의 결정은 공정위가 KCC를 비롯한 주요 페인트 제조사 5곳의 담합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조사관을 파견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공정위는 KCC에 이어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 강남제비스코, 조광페인트 등 다른 업체가 가격을 잇달아 올리는 과정에 담합 행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KCC 외 다른 업체도 가격 인하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진짜 의도가 뭔지 파악 중”이라며 “가격 인상을 철회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페인트업계는 가격 인상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원재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페인트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입 단가는 중동 사태 발발 직전인 2월 27일 t당 640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13일 t당 1000달러를 넘어선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재료는 페인트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KCC 관계자도 “현재 가격 구조상 판매할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선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과 공정위가 이달 초 제당 업체와 제분 업체에 담합 혐의 등으로 기소 또는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자 해당 업체들은 그동안 올린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다시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비닐·플라스틱 포장재를 대량 사용하는 식품, 화장품·세제 업체 5곳을 대상으로 하도급 대금 연동제 위반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담합 조사가 시장 가격을 통제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기업만 떠안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성상훈/박진우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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