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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우리은행 WM상품부 이코노미스트
미 연준의 인플레이션 경계감 확대
트럼프가 쏘아 올린 포화가 글로벌 통화정책의 피벗을 앞당기고 있다. 3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됐는데 그동안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기준금리 인하 의견을 철회했고 트럼프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븐 미란 이사조차 기준금리 인하폭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은 3월 경제전망보고서(SEP)에서 PCE 인플레이션 올해 전망 헤드라인(+0.3%p)과 근원물가(+0.1%p)를 모두 상향 조정하면서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표출했다. 파월 의장도 인플레이션 진전이 없으면 인하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연준은 중동 전쟁의 여파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
중요한 부분은 이번 연준이 물가 상승률을 높여 잡은 이유다. 이번 인플레이션 상향 원인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아니라 “비주거 서비스 물가의 하방 경직”이라는 점이다. 통화정책은 원론적으로 총수요 관리 정책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공급 충격은 무시하고 넘어간다(look through)는 것이 경제학 교과서적인 이론이다. 하루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는 트럼프의 입장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연준이 선제적으로 전쟁이 길어지고 고유가가 장기화하는 국면을 가정해 당장부터 통화정책을 운용하기에는 부담이 됐을 것이다.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에도 불구하고, 전쟁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 통화정책을 움직이자는 연준 위원들의 의중이 점도표(연내 1회 인하 유지, 점도표 분포의 표준편차는 기준금리 동결 방향성으로 축소)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연준 위원들의 신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이란의 엇갈리는 입장 사이에서 2022년의 기시감(旣視感)과 함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하더라도 유가 평균은 빠르게 내려오지 못할 가능성
2022년 3월은 경제적으로 지정학적으로 큰 두 개의 사건이 있었던 시기로 기억된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줄곧 주장해온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으며, 국제 사회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두 산유국 간 전쟁으로 유가는 급등하기 시작했고 WTI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는 과정에서, 미국 CPI는 에너지 부문의 상승 기여도를 중심으로 50여 년 만에 초고의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냈다.
이후 연준은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금융시장은 주식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무너지는 패닉을 겪었다. 파월 의장의 “일시적인 공급 충격은 넘어간다”는 발언이 금융시장에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공포스럽게 와닿는 이유일 수도 있다. 2022년 러-우 전쟁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비슷한 점은 국제 유가가 빠르게 높아졌다는 것이고, 다른 점이자 다행스러운 점은 글로벌 생산망(supply chain)의 병목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조업 생산 기반이 원유 가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유가 상승은 공급 충격으로 분류된다. 다만 공급 충격이 일시적일 것인지 아니면 지속성을 보일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평균 유가가 어느 레벨에서 형성될 것인지가 중요한데, 이번 전쟁은 2022년의 러-우 전쟁보다는 국제유가 평균 레벨을 좀 더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집계하기는 힘들지만, 이번 전쟁으로 걸프만 국가들의 원유 인프라 시설이 타격을 받았다는 뉴스들 그리고 트럼프가 지상군 투입으로 이란의 석유 통제권을 확보하겠다는 발언 등을 생각해보면, 전쟁이 끝나더라도 과연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인 60달러대로 드라마틱하게 내려오기는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우려는 원유 선물시장의 기간 구조에서도 확인되고 있는데 근원물부터 1년 정도까지의 백워데이션 구간을 보더라도, 그 레벨이 80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다. 2022년 3월 러-우 전쟁 초기에도 원유 선물시장에서는 백워데이션이 나타났지만, 낙폭의 기울기는 지금보다 훨씬 가팔랐다.
공급 충격에는 전통적 자산배분전략 효과가 없다는 점을 유념
트럼프가 계속해서 주장하는 것처럼, 향후 양상이 휴전으로 진행된다면 현재 100달러 수준인 국제유가가 내려오기는 할 것이다. 다만 국제유가의 평균적인 레벨이 현재 선물 시장에 반영된 80달러선에서 멈춰버린다면, 전쟁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약 30%가 높아진 셈이다. 미국-이란 전쟁 이전에도 연 2% 후반에 걸쳐 있었던 미국 물가를 생각해보면, 고유가가 반영된 물가 수준은 연 4~5%에 육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2022년처럼 전방위적인 제조업 공급망의 병목현상까지 겹친다면, 연 9%대의 미국 물가를 다시 보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2022년과 다르게 제조업의 전방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은 없다는 것이 희망적인 부분이다.
금융시장의 전통적인 자산배분 전략인 6 대 4(주식:채권) 포트폴리오는 역사적으로 위험 대비 수익률이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전략도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 2022년 경험을 통해 금융시장은 공급충격 앞에서는 버틸 수 있는 금융자산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공급충격은 무시하고 넘어간다는 교과서적인 대응이 얼마나 큰 비용을 치렀는지도 함께 경험했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진행 중인 호주를 선두로, 상반기 중 인상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진 영국, 캐나다, ECB, 그리고 연내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과거의 실수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2022년의 기시감(旣視感)을 통해 투자자는 자산배분전략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
* 본 견해는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입니다.
트럼프가 쏘아 올린 포화가 글로벌 통화정책의 피벗을 앞당기고 있다. 3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됐는데 그동안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기준금리 인하 의견을 철회했고 트럼프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븐 미란 이사조차 기준금리 인하폭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은 3월 경제전망보고서(SEP)에서 PCE 인플레이션 올해 전망 헤드라인(+0.3%p)과 근원물가(+0.1%p)를 모두 상향 조정하면서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표출했다. 파월 의장도 인플레이션 진전이 없으면 인하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연준은 중동 전쟁의 여파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
중요한 부분은 이번 연준이 물가 상승률을 높여 잡은 이유다. 이번 인플레이션 상향 원인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아니라 “비주거 서비스 물가의 하방 경직”이라는 점이다. 통화정책은 원론적으로 총수요 관리 정책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공급 충격은 무시하고 넘어간다(look through)는 것이 경제학 교과서적인 이론이다. 하루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는 트럼프의 입장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연준이 선제적으로 전쟁이 길어지고 고유가가 장기화하는 국면을 가정해 당장부터 통화정책을 운용하기에는 부담이 됐을 것이다.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에도 불구하고, 전쟁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 통화정책을 움직이자는 연준 위원들의 의중이 점도표(연내 1회 인하 유지, 점도표 분포의 표준편차는 기준금리 동결 방향성으로 축소)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연준 위원들의 신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이란의 엇갈리는 입장 사이에서 2022년의 기시감(旣視感)과 함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하더라도 유가 평균은 빠르게 내려오지 못할 가능성
2022년 3월은 경제적으로 지정학적으로 큰 두 개의 사건이 있었던 시기로 기억된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줄곧 주장해온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으며, 국제 사회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두 산유국 간 전쟁으로 유가는 급등하기 시작했고 WTI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는 과정에서, 미국 CPI는 에너지 부문의 상승 기여도를 중심으로 50여 년 만에 초고의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냈다.
이후 연준은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금융시장은 주식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무너지는 패닉을 겪었다. 파월 의장의 “일시적인 공급 충격은 넘어간다”는 발언이 금융시장에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공포스럽게 와닿는 이유일 수도 있다. 2022년 러-우 전쟁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비슷한 점은 국제 유가가 빠르게 높아졌다는 것이고, 다른 점이자 다행스러운 점은 글로벌 생산망(supply chain)의 병목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조업 생산 기반이 원유 가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유가 상승은 공급 충격으로 분류된다. 다만 공급 충격이 일시적일 것인지 아니면 지속성을 보일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평균 유가가 어느 레벨에서 형성될 것인지가 중요한데, 이번 전쟁은 2022년의 러-우 전쟁보다는 국제유가 평균 레벨을 좀 더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집계하기는 힘들지만, 이번 전쟁으로 걸프만 국가들의 원유 인프라 시설이 타격을 받았다는 뉴스들 그리고 트럼프가 지상군 투입으로 이란의 석유 통제권을 확보하겠다는 발언 등을 생각해보면, 전쟁이 끝나더라도 과연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인 60달러대로 드라마틱하게 내려오기는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우려는 원유 선물시장의 기간 구조에서도 확인되고 있는데 근원물부터 1년 정도까지의 백워데이션 구간을 보더라도, 그 레벨이 80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다. 2022년 3월 러-우 전쟁 초기에도 원유 선물시장에서는 백워데이션이 나타났지만, 낙폭의 기울기는 지금보다 훨씬 가팔랐다.
공급 충격에는 전통적 자산배분전략 효과가 없다는 점을 유념
트럼프가 계속해서 주장하는 것처럼, 향후 양상이 휴전으로 진행된다면 현재 100달러 수준인 국제유가가 내려오기는 할 것이다. 다만 국제유가의 평균적인 레벨이 현재 선물 시장에 반영된 80달러선에서 멈춰버린다면, 전쟁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약 30%가 높아진 셈이다. 미국-이란 전쟁 이전에도 연 2% 후반에 걸쳐 있었던 미국 물가를 생각해보면, 고유가가 반영된 물가 수준은 연 4~5%에 육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2022년처럼 전방위적인 제조업 공급망의 병목현상까지 겹친다면, 연 9%대의 미국 물가를 다시 보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2022년과 다르게 제조업의 전방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은 없다는 것이 희망적인 부분이다.
금융시장의 전통적인 자산배분 전략인 6 대 4(주식:채권) 포트폴리오는 역사적으로 위험 대비 수익률이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전략도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 2022년 경험을 통해 금융시장은 공급충격 앞에서는 버틸 수 있는 금융자산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공급충격은 무시하고 넘어간다는 교과서적인 대응이 얼마나 큰 비용을 치렀는지도 함께 경험했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진행 중인 호주를 선두로, 상반기 중 인상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진 영국, 캐나다, ECB, 그리고 연내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과거의 실수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2022년의 기시감(旣視感)을 통해 투자자는 자산배분전략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
* 본 견해는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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