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누른 정책에…지난달 소비자물가 2.2% 선방

입력 2026-04-02 13:56   수정 2026-04-02 14:55

중동전쟁 여파로 지난달 휘발유와 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물가가 10% 가까이 치솟았다. 하지만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재 등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이 작동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에 머물렀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올해 1~2월 2.0%를 기록했던 물가는 지난달 0.2%포인트 오르며 지난해 12월(2.3%) 이후 석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은 석유제품이었다. 지난달 석유제품 물가 상승률은 9.9%로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물가 기여도) 끌어올렸다. 이 같은 상승 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10월(10.3%) 이후 가장 높았다.

품목 별로는 경유가 17.0%, 휘발유가 8.0% 올랐다.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국제유가 상승분을 일부 흡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도 4월 이후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먹거리 물가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달 전체 농산물 물가는 5.6% 하락했지만 소비 비중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쌀 가격은 15.6% 올랐고, 축산물(6.2%)과 수산물(4.4%)도 상승 폭이 컸다. 국산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6.8%, 6.3% 상승했고 달걀 가격도 7.8% 뛰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비롯한 가축 전염병이 번지는 영향이 작용했다.
반면 가공식품 물가는 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설탕(-3.1%)과 밀가루(-2.3%) 물가가 하락한 영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출고가를 인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물가 오름세가 향후 더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오름세가 외식 및 가공식품 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역시 4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전망인 만큼 물가 오름폭도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조기에 종료되더라도 내년 4분기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배럴당 63달러)보다 43% 높은 90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확전 때에는 배럴당 174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KIEP는 “확전이 현실화할 경우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의 유가 급등이 예상된다”며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가 국내 물가와 경상수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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