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일에 자신이 일하는 식당에 들어간 아르바이트생은 뜻밖의 '건조물침입죄' 혐의를 받았다. 이 알바생은 가게 안에 두고 온 자신의 앞치마를 찾으러 들어간 것이었다. 홀을 지나 주방으로 이동해 앞치마를 챙긴 뒤 곧장 나왔지만, 검찰은 '업주가 관리하는 건조물에 침입했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장민석 판사는 최근 건조물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식당 알바생 A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법원은 검찰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식당이 건물 안에 입점한 상태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별도의 시정장치 없이 출입이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A씨가 당시만 해도 알바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던 점도 건조물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근거가 됐다. A씨 소유의 앞치마를 찾으러 들어간 뒤 곧바로 다시 나온 점도 고려됐다. 사업장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식으로 '침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가 꺼낸 기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21년 내놓은 판결이다. 대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주거침입 여부를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상대방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가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정리했다.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침입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출입 목적도 주목했다. 가게 안에 둔 자신의 앞치마를 챙기기 위해 출입한 만큼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법원은 '업주의 의사에 반했을 수 있다'는 사정과 '건조물의 평온을 깨뜨리는 침입'을 구분해 판단했다.
이 법리는 공개된 영업장을 출입한 유사 사건들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과거 대형마트 매장에 들어가 대표이사·점장 등을 따라다니면서 피켓 시위를 한 마트노동조합 간부·조합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2022년 9월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되는 개방된 건조물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 없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해고·전보 인사에 항의하려는 목적이 있었더라도 정문을 통해 매장으로 들어간 이상 건조물침입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당시 "지점 매장에 들어간 행위가 그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출입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전면적·배타적으로 사업장을 점거해 조합원이 아닌 인원의 출입을 막고 사용자 측 관리·지배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업무 중단·혼란을 일으키면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봤다. 이 판례는 이후 사업장 점거 사건들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기준이 됐다.
실무 현장에서도 해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업무시간이 아니란 이유만로 근로자의 사업장 출입을 문제 삼을 순 없어서다. 단 평소 업무·영업시간 외 출입을 통제했거나 별도 기준을 세워 관리해 왔다면 애기가 달라질 순 있다. 굳이 따질 경우 직장질서를 흔들었다는 이유를 들어 징계 조치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출입 통제를 뚫거나 공개된 공간이라도 관리·지배를 배제하는 수준의 점거·혼란을 일으킨 경우엔 건조물침입죄든, 직장질서 침해나 업무방해로 보고 대응할 수 있다.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대표노무사는 "사업장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시키는 규정이 있고 공지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식당 영업시간이 아닌 때에 자신의 물건을 놔두고 와서 평소 출입이 가능한 사람이 직접 들어간 걸 직장질서 침해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노무사는 "노조도 전면적·배타적 점거는 안 되지만 공존적 점거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기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며 "업무시간 외라는 이유만으로 문제 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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