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바라보는 중국의 전략은 얼핏 보면 무색무취다. 어느 한쪽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편들지 않는다. 방관자로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면에는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은 이란 전쟁을 위기이자 기회인 동시에 ‘팍스 아메리카’ 쇠퇴와 맞물린 중국 전략 전환의 시험대로 보고 있다.
◇미국의 ‘갈등 지향’
중국 정부는 겉으론 이란 전쟁을 반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지만 내심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미국이 중동에서 장기 군사 개입에 빠지면 동아시아 전략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중국에 전략적 공간을 준다고 보고 있다.미·중 무역 갈등, 외교 전략을 두고 중국 내 전문가들이 자주 쓰는 인용구가 있다. “적이 실수할 땐 방해하지 말라”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말이다. ‘좌관성패’(坐觀成敗·앉아서 성공과 실패를 바라본다)라는 중국 고사성어와 일맥상통한다.
중국은 전쟁에 따른 유무형 비용을 미국이 치르도록 관망한다. 그러면서 조용히 이란 전쟁 이후 질서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이란 전쟁이 미국의 힘을 약화하고 미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미국 동맹국에조차 경제적 부담이 되면서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물론 중국이 전혀 피를 흘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가가 폭등하자 13년 만에 기름값 통제에 나섰고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연료 수출도 전면 중단했다. 전략 비축유는 전시 수준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다만 중국 지도부는 “중국도 손해지만 다른 국가가 더 손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70%가 넘는 한국, 일본과 달리 중국은 3분의 1에 그친다. 석탄과 원자력,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석유 의존도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다. 전략 비축유도 이미 수개월 치는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미국·이란 전쟁을 방관하는 것은 이번 전쟁이 미국의 쇠퇴를 부추길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질서 내세우는 中의 내심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이 좀 더 수세에 몰릴 것으로 중국은 보고 있다. 미국의 대중 집중력이 약화한 틈을 타 관세와 수출 통제를 제한하는 합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중국은 이란 전쟁을 산업 전략 측면에서도 이용하려고 한다. 화석에너지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의존도가 줄어들며 중국이 잘하는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산업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란 전쟁과 글로벌 정치 불안이 확산할수록 각국은 에너지 안보에도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태양광, 풍력, 배터리 저장 시스템 등에서 중국산 장비를 도입할 유인이 더 커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기반을 강화하는 데도 이번 전쟁은 도움이 된다. 그가 고수해온 에너지 자립과 공급망 무기화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이 ‘피크 차이나’(중국 정점론)를 내세워 하강하는 중국 경제 성장률에 주목하는 사이 시 주석은 ‘공급망을 무기화하고 외부 충격에 버틸 수 있는 국가’ 건설에 집중했다.
중국은 벌써 이란 전쟁의 승패보다 이후 세계 질서에 주목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재건 사업과 에너지 인프라 투자, 태양광·배터리 프로젝트가 대규모로 진행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미국은 전쟁을 하고 중국은 사업을 노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중국 내 불안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길어지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져 중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는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란 전쟁 후 세계 경제 구조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중동에서 군사력으로 싸우는 동안 중국은 공급망으로 대결하고 있다”며 “미국 군사 패권과 중국 산업 패권의 싸움”이라고 말했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