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뤼트 결정이 재판소원의 문을 열었다면, 6년 뒤인 1964년 헤크 공식(Heck’sche Formel)은 그 문의 크기를 엄격히 제한했다. 특허출원 기록 열람 분쟁에서 주심이던 카를 헤크 재판관은 특허법원의 판단에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청구를 기각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사실관계 확정, 법률 해석, 재량 판단은 일반 법원의 전속 영역”이라며 헌재 개입은 법원이 헌법을 위반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재판취소 1호 사건에서 시리아 국적 외국인은 강제퇴거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뒤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인은 “개정 전 헌재법이 재판소원을 허용하지 않았으니 30일 기간을 지키지 못한 것은 정당한 사유”라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도 시행 이전에 확정된 판결은 사실상 구제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용 가능한 불복 수단을 모두 소진하지 않았다면 헌재 문은 열리지 않는다는 ‘보충성 원칙’도 엄격히 적용됐다. 재판취소 2호 사건에서 납북귀환어부 유족들은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고 곧바로 헌재로 왔다. 소액사건은 상고 이유가 법으로 제한돼 사실상 상고가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헌재는 상고 가능성 자체가 열려 있는 이상 이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보충성 원칙의 예외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각하했다.
실제 각하된 주장들을 보면 유형이 뚜렷하다.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로 재산권이 침해됐다’ ‘위법수집증거를 유죄 증거로 삼았다’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해 재판청구권이 침해됐다’ 등이다. 모두 법원의 사실 판단이나 소송 진행 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기본권 침해의 명백성을 소명하지 못한 것들이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스페인 헌법재판소 2023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이에 상응하는 단계의 각하율이 74%에 달한다. 특별한 헌법적 중요성을 인정받으려면 세 가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헌법 해석을 위해 중요하거나, 헌법의 적용 및 일반적 효력을 위해 중요하거나, 기본권의 내용과 범위 확정에 기여하는 쟁점이어야 한다.
단결권·협약자치가 쟁점이 된 2024년 독일 야간근무 수당 사건에서 연방노동법원은 단체협약의 수당 차등이 평등 원칙에 반한다며 직접 상향 조정을 명했다. 헌재는 평등 원칙 위반을 선언하는 것까지는 법원의 권한이지만,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약을 수정할 기회를 박탈하고 법원이 직접 법률관계를 형성한 것이 헌법 문제라고 봤다.
김정원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재판소원이 인용되려면 법원이 판결하면서 기본권의 의미와 가치를 오인하거나 무시했다는 것을 소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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