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한 자루뿐이었다…이란서 36시간 버틴 F-15 장교

입력 2026-04-06 14:41   수정 2026-04-06 14:42


3일(현지시각) 이란 남서부 산악지대,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에서 떨어져 혼자가 된 미군 장교가 가지고 있던 건 권총 한 자루뿐이었다. 그가 떨어진 곳은 적진 후방.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장교를 잡기 위해 몰려오고 있었다. 이란 국영 매체에는 그를 잡으면 약 6만달러(약 9000만원)에 달하는 현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이란 당국의 발표가 실려있었다.

미군 구조대가 올 때까지 그는 적진 한복판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전투기에서 비상탈출 해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가진 물도 조금밖에 없었다. 통신 장비는 가지고 있었으나 쓸 수 없었다. 이란 군에 들키지 않기 위해 통신 장비를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했다.

장교는 바위틈에 몸을 숨겼다. 약 2130m의 언덕을 넘어갔다. 장교가 능선을 떠나간 자리에, 비상 신호기가 설치됐다. 3일 밤, 장교가 보낸 초기 교신이 미 중앙정보국(CIA)에 닿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조 작전을 승인한 4일 새벽, 미군은 최정예 특수부대 수백명, 전투기, 헬리콥터, 첨단정보 자산을 총동원했다. 특수부대에는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수행했던 네이비실 '팀6'도 있었다.

CIA는 '기만 작전'을 펼쳤다. 이란군을 교란하기 위해 실종 장교가 이미 구조됐고 지상 호송대를 통해 국외로 이동 중이라는 공작을 펼쳤다. 이란군보다 빠르게 장교의 은신처에 도착해야만 했다. 미군 전투기는 이란군이 은신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폭탄을 가하고, 사격을 퍼부었다. 사이버전 사령부는 우주 위성과 사이버 자산을 동원해 실시간으로 전장 정보를 제공했다.



미군이 실종 장교를 발견한 순간, 이란군과의 직접적인 교전이 벌어졌다. 격렬한 총격 끝에 실종 장교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미군 장교가 실종된 지 약 24시간이 넘어간 무렵이었다.

하지만 난관은 끝나지 않았다. 병력과 구출 장교를 태우고 이륙하던 수송기 두 대가 갑자기 망가졌다. 수송기는 이란의 외딴 기지에 고립됐다. 적군에게 포위될 수 있는 순간. 미군 지휘부는 인근 기지에서 예비 수송기 3대를 급파했다. 전원을 무사히 대피시킨 미군은 철수 직전 군사 기밀과 장비가 이란군에 노출되는 걸 막기 위해 버려진 수송기 두 대를 그 자리에서 폭파했다. 미군 장교가 실종된 지 이틀이 지난 5일 새벽이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을 통해 구출 소식이 전해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그를 구했다(WE GOT HIM!)"라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구조 성공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이례적으로 대낮에 이란에서 7시간 동안 구조"했으며, 구조된 장교가 대령 계급으로 "중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미 특수작전 역사상 가장 까다롭고 복잡한 작전 중 하나였다"라고 평가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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