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저녁 서울 반포대교 인근에서 승객 350여 명을 태운 민간 유람선이 강바닥에 걸려 멈춰 섰다. 선장은 사고 직후 약 30분간 자력 탈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연기가 피어오르고, 흙탕물이 솟구쳐 승객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119에 의해 전원 구조됐지만 이번 사고는 수상 교통로로서 한강이 지닌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그럼에도 정치권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조차 이번 사고를 한강버스 사고로 오인해 사업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야당 유력 후보인 오세훈 시장과 그의 역점 사업인 한강버스를 공격하려다 기초적인 팩트 체크조차 놓친 셈이다.
정치적 공방을 걷어내고 한번 따져보자. 서울시는 그동안 미국 뉴욕의 ‘NYC페리’를 벤치마킹해 한강버스를 출퇴근 정체를 해소할 대중교통 수단으로 홍보해 왔다. 하지만 대서양을 낀 뉴욕은 해양성 기후로 월별 강수량 차이가 30㎜ 안팎으로 일정하다. 수위 관리가 용이하고 정시성을 확보하기에도 최적이다. 여름에 강수가 집중되고 수심 변화 폭이 큰 한강은 태생적 제약이 뚜렷하다.
그렇다면 다른 모델은 없을까. 미 중서부 대도시인 시카고는 서울처럼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다. 여름철 강수 집중도 역시 뉴욕의 두 배 이상이다. 겨울엔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지고 연교차는 40도에 육박한다. 도심을 관통하는 시카고 강은 폭이 좁고 수심이 낮아 대형 유람선보다 기동성 있는 중소형 선박이 더 적합하다.
배에 올라 각양각색의 마천루를 감상하며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시카고 아키텍처 투어’는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민간 회사 시카고퍼스트레이디(Chicago’s First Lady)는 동절기 비운항에도 연간 300만 명이 넘는 승객을 끌어모은다. 연 매출도 1억달러(약 1500억원)를 넘는다.
한강은 서울의 가장 큰 자산이자 아직 잠들어 있는 미래 먹거리다. 한강버스가 정시성이 필수인 대중교통에 굳이 집착할 이유는 없다. 오 시장도 “처음부터 통근 수단만으로 설계한 것이 아니며, 대중교통과 여가 기능이 절반씩 섞인 모델”이라고 했다. 한강버스가 한국 수상 관광의 지형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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