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시대 끝났다"…中 고비사막서 터진 '뉴 오일'의 정체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6-04-08 11:08   수정 2026-04-08 18:59



"뉴오일(New Oil)은 고비사막에 한정되지 않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겠다"

중국 내몽골 자치구 츠펑시에 위치한 인비전 그룹의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기지에 걸려 있는 슬로건이다. 그린수소(재생에너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얻는 무탄소 수소)를 과거 세계 경제의 근간이었던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동력으로 정의하고, 에너지 패권을 화석연료에서 녹색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수소연합(회장 김재홍)과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에어리퀴드, 효성중공업, SK이노베이션E&S,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은 지난 1일 중국 내몽골 자치구 츠펑시에 위치한 인비전의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플랜트를 방문했다. 중국의 수소 생태계 현황을 파악하고 한중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연간 약 32만t의 그린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프그리드(Off-Grid·외부 전력망 독립) 기지다. 기체 상태인 수소는 부피가 크고 밀도가 낮아 대량 운송이 까다롭지만, 이를 암모니아로 변환하면 상온에서도 쉽게 액체 상태로 저장·이송할 수 있어 운송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암모니아 5.6~7kg에서 수소 1kg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비전의 내몽골 생산기지는 연간 5만t 가량의 그린수소가 뽑아져 나오는 곳이다. 인비전은 향후 단계적 확장을 통해 연간 152만t까지 그린암모니아 생산 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인비전은 풍력터빈과 수전해조, 배터리, 암모니아 동적 합성 반응기 등 핵심 장비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내몽골 생산 단지 안에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부터 수전해,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 암모니아 합성 및 출하 시설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국내에는 한 회사가 전체 밸류체인을 수직 계열화한 사례가 없고, 특히 정류기 기술은 이 정도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비전의 강점은 기상 데이터와 설비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하는 AI 제어 모델이다. AI 기상 파운데이션 모델 활용해 발전량을 밀리초 단위로 정밀하게 예측하고, 이에 맞춰 공장 가동률을 자동으로 지시한다. 태양광 발전이 줄어드는 오후에는 속도를 늦추고 바람이 강한 밤에는 가동률을 높이는 식이다.

대규모 저장 탱크 없이 전력량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동적 합성' 기술은 초기 투자비와 폭발 위험을 동시에 낮췄다. 폐수를 재활용하고 고체 염분 외에는 액체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는 등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해 유럽 RFNBO와 한국 청정수소 인증 1등급을 획득했다.

이날 한국수소연합과의 미팅에서 프랭크 유 인비전 부사장은 한국 청정수소발전입찰제도(CHPS)가 지연된 배경을 우선적으로 파고들었다. 한국 정부가 석탄과 암모니아를 함께 태우는 혼소 방식이 탈석탄 기조와 배치된다고 판단해 지난해 관련 입찰을 중단하며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는 6월 재개될 입찰은 수소 혼소·전소 발전으로 범위가 좁혀지고 물량 역시 대폭 줄어들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사장의 질문은 최근 롯데정밀화학을 통한 상업 수출 성공 이후 대규모 수요처를 추가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발전용 수요를 창출하려면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크래킹' 설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주민 수용성 문제로 인천 영종도 등지의 크래킹 시설 구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유 부사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을 새로운 협력 카드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거대한 팹(Fab)을 운영하고 있고, 이 팹들은 세정 공정이나 다른 화학적 용도로 대량의 고순도 암모니아와 수소를 사용해야 하지 않느냐"며 "인비전의 그린암모니아를 한국으로 보내 현지에서 필요한 고순도로 정제한 뒤 팹에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에너지 정책의 불확실성을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의 공급망 협력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인비전 외에도 중국 내 수소 밸류체인 기업들은 한국과의 협업을 하고 있다. 쑨디 베이징시 경제정보기술국 부국장은 전날 열린 한국수소연합과 중국수소협회(IHFCA) 간담회에서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의 실천을 위해 그린수소 무역의 글로벌화를 추진 중"이라며 "한국의 뛰어난 핵심 기술 및 상업화 경험과 중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 및 대규모 시장은 상호보완성이 높은 만큼 상호 다양한 협업을 희망한다"고 했다.

또 다른 국내 기업 관계자는 중국 기업과 당장 화상 미팅 일정을 따로 잡기도 했다. 현지에 파견된 한 한국 정부 관계자는 "2030년 이후 중국 내수 시장이 폭발하기 전에 한국 기업들이 투자 참여를 검토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츠펑시=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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