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1880원에 판다…초저가 경쟁에 '파격 할인' 꺼낸 곳 [권용훈의 장바구니 물가]

입력 2026-04-08 10:05   수정 2026-04-08 10:09



고환율과 중동 전쟁 장기화 여파로 물가 불안이 커지자 식품·유통업계가 초저가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원가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데 소비 심리까지 얼어붙자 1000원 안팎 상품과 PB 할인으로 소비자 지갑을 열어보겠다는 전략이다. 불황기에는 광고 문구보다 가격표가 더 강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롯데마트는 9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PB 할인 행사 ‘PB 페스타’를 연다고 8일 밝혔다. 자체브랜드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를 앞세워 우유 과자 티슈 등 생활밀착형 상품을 최저가 수준으로 내놓는다. 대표 상품은 ‘오늘좋은 데일리우유(1L)’로 가격은 1880원이다. 초코우유·딸기우유·바나나우유 200mL는 각 500원, 포테이토·어니언 씬 크래커도 각 500원에 판다. 3겹 300매 티슈와 3겹 포켓 미니티슈 6입은 각 1000원이다. 롯데마트는 사전 기획 물량 확보로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빵값 부담이 커지자 베이커리업계도 소용량·저가 상품 확대에 나섰다. 파리바게뜨는 ‘한입 브레드’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부담 없이 여러 개를 고를 수 있도록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간식용 빵은 1000원 안팎, 샌드위치는 2000원대 초반으로 맞춰 접근성을 높였다.

외식업계에서도 가성비 메뉴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노브랜드 버거를 운영하는 신세계푸드는 초저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어메이징 불고기’는 직화 패티와 불고기 소스 등 기본 구성에 집중해 단품 가격을 2000원대 중반으로 낮췄다. 경기 침체기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이 가격이라는 점을 정조준한 셈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선양소주가 ‘착한소주 990’을 내세웠다. 360mL, 16도 소주를 병당 990원에 판매하는 상품으로 총 990만병 한정 생산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아니라 동네 슈퍼 전용으로 공급하는 점도 특징이다.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소속 약 1만개 중소슈퍼 점포를 통해 수도권 중심으로 유통 중이다. 업계에서는 수익성보다 존재감과 집객 효과를 노린 상징 상품으로 보고 있다.

가격을 무기로 한 이런 공세는 결국 악화한 소비 여건의 반영이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불안해지면서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소비 부진 탓에 가격 인상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부 품목 가격을 대폭 내리는 '미끼 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고객 발길을 붙잡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저가 마케팅을 불황기 방어 전략으로 본다. 원가 압박이 커질수록 정상가 상품만으로는 소비자를 붙잡기 어렵지만, 대표 상품 몇 개를 파격가에 내세우면 브랜드 주목도와 매장 방문객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국면에서는 광고 문구보다 가격표가 더 강한 마케팅이 된다”며 “당분간 PB와 초저가 한정 상품을 앞세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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