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시대’ 끝났다던 예언은 왜 틀렸나[오일전문가의 배럴 토크]

입력 2026-04-19 14:49   수정 2026-04-19 14:50

[오일전문가의 배럴 토크]

지난 2월 28일 시작한 미국-이란 간의 전쟁은 어느덧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치솟는 유가에 부담을 느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전쟁을 끝낼 듯한 발언을 했지만 곧 해협의 봉쇄를 풀지 않는 한 미국 역시 유가 상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달았는지 미국-이란 간의 1차 협상이 4월 11일 열렸고 곧 2차 협상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번 미국-이란 간의 전쟁으로 인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원유와 천연가스라는 자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을 것이다. 평소 원유와 가스 공급이 원활할 때는 그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겠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일상 속 미처 알지 못했던 자원의 방대한 쓰임새를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석유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원유와 천연가스는 연료 그 이상의 존재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필수품인 기저귀 속 고흡수성 수지에서부터 의료용 튜브, 혈액백, 주사기 등 각종 의료기기, 농업에 필요한 비료, 중공업의 기반이 되는 용접용 가스, 자동차를 포함한 각종 기계 작동에 필수적인 윤활유, 나아가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헬륨 가스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과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만약 석유 공급망이 단 하루라도 멈춘다면 대한민국의 첨단 공장은 즉시 가동을 멈추고 우리의 일상 또한 순식간에 마비될 것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석유의 시대’가 끝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른바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아크인베스트먼트 CEO인 캐시 우드는 2020년 7월 자신의 트위터에 호기로운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석유 수요는 아마도 2019년에 이미 정점을 찍었을 겁니다. 전기차의 대중화 덕분에 석유 수요는 이제 추세적인 하락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캐시 우드, 2020년 7월-

하지만 약 6년이 지난 2026년 현재 우리는 그 예언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목격하고 있다. 석유 수요는 정점은커녕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물론 전기차 보급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성장세는 확연히 둔화되었고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점유율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캐시 우드의 전망이 틀린 이유는 간단하다. 석유의 비연료 부문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기차 사용 비중이 확대되더라도 석유 수요가 쉽게 줄지 않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석유의 무궁무진한 비연료 활용처 때문이다. 세계 인구가 줄지 않고 인류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한 석유에 대한 수요는 수십 년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현행 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한 2050년까지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요 정점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기존 전망을 대폭 수정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화석연료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자원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의 전략은 무엇이어야 할까. 우리나라에 한때 산유국이라는 명칭을 안겨주었던 동해-1 가스전이 2021년 12월 31일부로 생산을 종료하며 대한민국은 다시 자원 빈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현재 하루 약 336만 배럴(BPD) 규모의 세계 5위 정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서 생산된 고품질 석유 제품의 약 절반을 다시 전 세계로 수출하는 에너지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 예로 우리나라는 2024년 기준 약 1억5000만 배럴의 항공유를 생산했으며 이 중 약 9000만 배럴을 수출하며 수년째 항공유 수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대한민국의 항공유 수출이 끊긴다면 당장 미국(서부), 호주,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는 항공기를 제대로 운항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정제 능력만으로는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없다. 진정한 에너지 안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석유와 가스를 직접 탐사하고 채굴하는 업스트림(Upstream)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상업성이 있는 유전을 발견하는 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희박한 확률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이는 국익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5년 주기의 정권교체와 무관한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며 희망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가 참여한 UAE 할리바 유전은 40%의 지분을 확보해 원유를 채굴하고 있으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과 SK어스온의 동남아 광구들 역시 에너지 안보를 지탱하는 든든한 방어선 역할을 해내고 있다. 다만 현재의 업스트림 생산량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정제 능력에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과제로 남는다.
투자도 에너지 자립형으로
필자의 장기투자 주식 포트폴리오 안에는 엑슨모빌과 페트로브라스 주식이 포함되어 있다. 엑슨모빌은 2020년부터, 페트로브라스는 2022년부터 꾸준히 매수해 왔으며 지금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유 수량을 늘리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량한 에너지 섹터 주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수소비재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가 변동에 따라 이들 기업의 주가 역시 높은 변동성을 보이지만 시장과 함께 공포에 휩쓸려 패닉셀하기보다는 이를 오히려 매력적인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2026년 4월 14일 기준 엑슨모빌은 276%, 페트로브라스는 8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각각 39%와 50%에 달하는 누적 배당수익률까지(투자 원금 대비) 더해지며 장기 투자로서의 매력과 안정성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누적 배당수익률은 보유 기간에 비례해 꾸준히 우상향하며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물론 에너지 섹터 기업이 모두 우량한 것은 아니다. 기업마다 업스트트림, 다운스트림 그리고 케미컬 사업군의 비중이 다르고 주주환원 정책이나 재무 건전성 또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 결정에 앞서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과 주주 친화적 경영 의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국내 증시에는 원유와 가스를 직접 채굴하는 업스트림 기업은 상장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아쉽지만 해외 증시에서 기업을 발굴할 수밖에 없고 투자 후보군으로는 엑슨모빌, 셰브론, 쉘, BP, 토탈에너지스 그리고 페트로브라스가 있다.

‘가속화 장기투자 법칙’ 저자·오일전문가 임인홍

☞닉네임 ‘오일전문가’로 활동하며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정세 분석 및 투자 전문가. 현재 쿠웨이트 국영 오일 컴퍼니(KOC) 현직자로 근무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최전선에서 얻은 현장 데이터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분석한다. 특히 최근 미국-이란 전쟁 국면에서 정교한 정세 예측과 압도적인 수익률을 증명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배당주 장기투자를 통해 10억원의 자산을 80억원으로 증식시킨 실전 투자자이기도 하며 ‘가속화 장기투자 법칙’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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