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휴전에 들어가면서 막혔던 세계 에너지 물류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휴전 합의 과정에서 중재를 맡은 파키스탄과 오만, 튀르키예, 이집트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외교 중요성을 과시하는 한편 역내 분쟁 조정 과정에서 경제적 이득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키스탄과 샤리프 총리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외신은 그의 실용주의 성향을 주목한다. 정치 명문가 출신인 그는 수백만달러 규모 철강기업 이테팍그룹을 공동 소유한 사업가였다. 이념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지도자에 가깝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며 파키스탄 국익을 챙겨온 점에서도 이런 성향이 드러난다.
파키스탄 정부와 군 수뇌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다져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파키스탄 정부는 인도와의 4일간 충돌을 중재한 공로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대테러 협력, 핵심 광물, 암호화폐 분야 협력도 제안했다.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로 이어졌다. 그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을 “가장 좋아하는 원수”라고 부르기도 했다.
파키스탄은 중동 국가와의 관계도 비교적 균형 있게 관리해왔다. 걸프 지역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노동자의 송금은 자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석유 수입의 81%를 걸프 지역에 의존하는 만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자국 선박에 군사 호위를 제공했다. 이란과는 같은 이슬람 시아파 국가이면서 국경을 맞대고 있다. 샤리프 총리는 올해 들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통화하고 회담을 이어왔다.
이번 성과는 파키스탄이 인도와 오랜 갈등이 발생하면 미국 및 중동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렛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키스탄탈레반(TTP)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이 벌이는 군사 작전에 국제적인 지지도 얻어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중재는 지역 안정을 관리하는 동시에 자국 안보와 외교 입지를 함께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행보에 가깝다. 로이터통신은 “파키스탄이 중동에서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면 향후 국제 분쟁에서도 활용할 외교 자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휴전안에는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이 통행료 수입을 전후 재건 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오만의 사용처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동 전문가들은 “오만이 이번 휴전을 계기로 통행료 부과 등 새로운 해협 관리 체계에 참여하면서 경제적 이익과 함께 중동 해상 질서 내 영향력도 키우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집트와 튀르키예도 파키스탄 중재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29일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 주재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과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교장관은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긴장 완화 방안과 호르무즈해협 문제를 논의했다.
다만 한자리에 모인 각국의 이해관계는 같지 않았다. 이집트는 해상 질서가 안정될수록 수에즈운하를 중심으로 한 자국 물류·통상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튀르키예는 무역·물류·에너지 경로의 요충지라는 지위를 강화하고자 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 국가들이 단순한 ‘분쟁 무대’를 넘어 ‘분쟁 조정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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