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출 대상이라니”…상장폐지 위기에 억울한 '동전주들'

입력 2026-04-10 09:09   수정 2026-04-10 12:34



7월부터 동전주가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이에 재무 상태가 양호한 기업도 퇴출 당할 상황에 놓였다. 주가만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하면 경영이 안정적인 기업도 ‘좀비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지난 3일 상장 규정 개정을 예고했다.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을 구체화한 내용이다. 올해 2월 당국이 밝힌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의 후속 조치다. 거래소는 오는 10일까지 업계의 관련 의견을 수렴한다.

그러나 동전주 중 실적과 재무가 안정적인 기업이 많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심장충격기(AED) 전문기업 씨유메디칼 영업이익이 지난해 78억원에서 108억원으로 38% 증가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년 연속 오르고 있고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8배로 1배 미만의 ‘저PBR’ 종목이다.

씨유메디칼 이자보상배율은 3.9배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이 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한계 기업’ 또는 ‘좀비 기업’으로 부른다.

공공·방송 등 일부 업종이 사업 구조상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주가가 낮게 형성된다. 다만 경영 상태가 양호한 경우가 있다.

지리정보시스템(GIS)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웨이버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 늘어난 20억원이다. 클라우드 구축 전문기업 솔트웨어는 5.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두 기업 이자보상배율은 각각 34배, 4배 수준이다.

지역 방송사 티비씨(TBC)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 늘었다. 티비씨는 지난해 부채비율이 4.54%였다. 코스닥 전체 부채비율(113.10%)보다 크게 밑도는 수치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이었다.

이처럼 ‘저평가된 동전주’가 있는 상황에서 일관된 상장폐지 기준은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기업들이 상장폐지를 피하고자 주식 병합이나 무상 감자 등을 진행한다. 하지만 병합 후 주가가 새로운 액면가를 밑돌면 상장폐지 대상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최근 IT 업종 등에 자금이 쏠리면서 다른 업종들이 외면 받는 경향이 있다. 동전주임에도 내실 있는 기업들도 많아 한계기업을 선별하는 규제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주가 기준이 아닌 재무 건전성과 사업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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