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받겠다는 이란, 힘 잃은 달러 패권

입력 2026-04-09 17:39   수정 2026-04-10 01:04

이란과의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달러 무기화’ 전략이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안화와 비트코인 등 대안 결제망 확산으로 달러 결제망에서 제외시키는 미국의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은 2주간의 휴전 기간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들의 통행료를 비트코인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 제품 수출업자 협회의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은 “선박은 몇 초 안에 비트코인으로 결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금융 제재로 추적되거나 압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비트코인을 대안 결제 수단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지난달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면서 일부 선박으로부터 통행료를 미국 달러화 대신 중국 위안화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미국의 금융 제재로 달러화 거래가 막힌 데 따른 결과다.

미국은 그동안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해 달러 결제망 제재를 앞세웠다. 2022년에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SWIFT 망을 묶고, 세계 곳곳에서 러시아의 미국 달러 자산을 동결했다.

하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이 2014년 크림 사태 이후 개발한 자체 금융망(SPFS)으로 러시아는 금융 거래를 우회하고 있다. 해당 결제 시스템에는 작년 4월 기준 24개국의 177개 해외 금융회사를 포함해 총 584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란도 자국 금융망인 SEPAM와 SPFS를 연결해 뒀다.

암호화폐 결제망 확산도 미국의 달러 무기화를 무너뜨리고 있다.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암호화폐 기반 제재 우회 규모는 930억달러에 달했다. 북한은 세계 곳곳에서 암호화폐를 탈취해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의 달러 패권을 흔들고 있다. 국제 석유 거래는 대부분 달러화로 이뤄지지만, 서방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원유는 러시아 루블화나 위안화로 거래되고 있다.

영국의 금융 분석 기업 프런트라인애널리스트스의 댄 데이비스 연구책임자는 “이번 이란 전쟁은 미국 달러의 약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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