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한노총 하청노조 '분리 교섭' 신청 줄줄이 기각

입력 2026-04-09 23:51   수정 2026-04-09 23:52

동일 업무를 하는 하청 근로자가 노조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원청과 따로 교섭하게 해달라는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지방노동위원회가 9일 줄줄이 기각했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기각된 건 처음이다. 원청 기업과 하청 노조 간 교섭이 끊임없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를 노동위원회가 수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기각했다. 원청은 쿠팡의 물류 계열사인 쿠팡CLS다. 민주노총은 다수 노조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택배산업노조와 별도로 교섭단위를 꾸리겠다고 주장했지만, 노동위가 분리해서 교섭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노동위는 쿠팡CLS가 택배노조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사용자라고 인정했다.

민주노총이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한 건 쿠팡CLS 하청 노조의 경우 한국노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면 한국노총에 교섭 주도권을 내줘야 한다. 반면 한국노총은 더 많은 근로자를 대표해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 이에 한국노총은 이번 교섭단위 분리를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한국노총은 노동위원회에 CJ대한통운, 롯데 등 다른 물류회사의 경우 민주노총이 다수 하청 노조임에도 한국노총이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0일 시행된 개정 노조법 시행령은 하청 노조가 다른 하청 노조와 별도로 교섭하길 원하면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을 허용한다. 다만 교섭단위 분리의 필요성을 노동위가 판단하도록 했다.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하는 기준은 ‘노조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이익 대표의 적절성’ ‘노조 간 갈등 유발 가능성’ 등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전날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가 포스코의 다른 하청 노조와 교섭단위를 분리해달라며 제기한 신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날은 기각 판정이 줄을 이었다. 울산지방노동위는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가 각각 원청인 고려아연, 에쓰오일, SK에너지와 별도로 교섭하도록 허용해 달라며 낸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기각했다. 이날 하루에만 4건의 기각 결정이 이뤄졌다.

다만 충남지방노동위는 이날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원청인 동희오토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인용했다. 또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가 하나은행, 국민은행, KB국민카드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신청도 받아들였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한국전력을 상대로 낸 분리신청도 인용됐다.

이날 분리신청이 기각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는 등 법적 분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택배노조는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곽용희/이인혁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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