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저기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는 흙탕물이다. 정제된 지식이라야 마실 수 있는 물이 된다."
나태주 시인의 말에 참석자들 모두 쉴 새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4월 9일 열린 마스터마인드협회 CEO 조찬 독서 포럼 현장의 모습이다. 아침 6시 50분 서울 강남 북쌔즈 강연장으로 나태주 시인의 강연을 들으려 모여든 청중은 100여 명, 좌석이 부족해 보조 의자를 놓을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나태주 시인은 지난해 출간한 <너를 아끼며 살아라>의 책을 토대로 자신을 보듬고 사람과 어울려 사는 사회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책은 현재 1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서울 강연한다고 어제 공주에서 올라왔다. 이른 아침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강연하는 지금 이 경험이 낯설다. 나는 낯선 경험이 곧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함을 벗어나 여행을 떠날 때 사람의 내면은 풍성해진다."
나태주 시인은 사람의 경험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계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시인은 나이가 들수록 사람 사이의 끈이 어떻게 느슨해지는지, 그리고 그 빈자리를 무엇이 채우는지 차분히 짚었다. 그는 부모를 통해 이어지던 가족의 공통 화제가 사라질 때 느끼는 낯섦을 비유로 들며, 결국 삶을 버티게 하는 것은 오래 남는 관계와 기억이라고 말했다.
AI로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쓸모없는 정보 더미의 폐해도 지적했다.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문화를 꼬집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인생의 답은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정보 더미는 결국 흙탕물이고, 정보를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에 맞춰 정제하고 거르고 체화해야 진정한 지식이고 경쟁력이 된다는 말에도 힘을 주었다.
"음식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팔릴 음식을 만들어야지 내 음식이 어떤지 제대로 파악도 못 하면서 길 가는 사람 탓만 하면 어떻게 답을 찾겠는가."
강연은 독서와 출판의 현실로도 이어졌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많아진 현실을 언급하면서도, 결국 책이 독자를 만나게 하는 힘은 작품 자체와 이를 전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와 독자를 만나기까지는 작가만이 아니라 편집자, 출판사, 독자까지 함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인은 “남 탓보다 내 탓을 먼저하라”는 말로 일상의 태도를 돌아보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인생 지혜를 던져주었다. 삶의 의미를 묻는 청중의 질문에는 "결핍이 없어서 그렇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무엇이든 넘쳐나는 세상이라 공허하며 남들 따라 살려 하니 사는 의미를 못 찾는다고 했다. 자기 길을 갈 때 사람은 비로소 바로 선다며 힘들 때 일수록 자기를 들여다보라는 진심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강연을 들은 참석자 김채원 씨는 "포럼을 통해 저자를 직접 만나 책 이야기를 듣고 생각할 기회를 갖게 돼 뜻깊다"며 "불안한 사회일수록 책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으려 한다"고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마스터마인드협회의 CEO 및 리더를 위한 조찬 독서 포럼은 매달 1회 서울과 부산, 대구 등지에서 열린다. AI 발전으로 독서 인구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크지만 독서 포럼 신청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 급변하는 사회에 미래의 답을 찾는 리더들의 갈증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5월 포럼은 지식생태학자로 유명한 한양대 유영만 교수의 <전달자>를 통해 말과 글에 힘을 싣는 방법을 주제로 강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선정 기자 sjl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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