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J D 밴스 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우리는 이란 측이 우리의 조건을 수용할 의향을 보이는 단계까지는 끝내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이곳을 떠난다"고 말했다. 협상이 결렬됐다는 뜻이다.
밴스 부통령은 또 "우리는 우리의 '레드라인(넘어서는 안 될 마지노선)'이 무엇인지, 우리가 이란 측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은 절대 수용할 수 없는지 아주 명확하게 밝혔다"면서 "가능한 한 가장 분명한 언어로 전달했으나, 이란 측은 우리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동결 자산에 대한 제재 해제 문제 등 다양한 사안이 폭넓게 논의되었다고 그는 전했다. 또 자신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소통했다"면서 "성실한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떠나는 이 시점에, 우리는 매우 간명한 제안, 즉 우리의 '최종적이고 최선의 제안(final and best offer)'이 담긴 합의안을 남겨둔다"면서 협상의 문이 계속 열려 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이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격을 하겠다는 식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란인들은 국제 수로를 이용해 전 세계를 상대로 단기적인 협박을 가하는 것 외에는, 자신들에게 어떠한 협상 카드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그들이 오늘 살아있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협상을 위해서"라고 했다. 협상에 협력하지 않는 지도부는 제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란 반관영 매체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현지시간 11일 오후 1시부터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이란 협상단이 면담을 하기 시작했다. 이어 몇 시간 후 미국과의 대화가 시작됐으며, 주요 대표단 간 논의와 전문가 팀 간 논의가 이어지는 순서로 진행됐다. 타스님 통신은 "이란은 여러 차례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며 미국 측에 현실적인 태도를 촉구했으나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매번 합의 틀을 도출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파키스탄의 중재와 추가대화 및 (합의) 문서 교환 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은 기존 태도를 유지해 협상이 성과 없이 종료되었다"면서 "다음 협상 일정과 장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음 협상을 이란 측에서 거론하고, 미국이 자신들의 합의문을 남기고 간 것은 양측 모두 추가 협상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협상 중 뉴욕타임스(NYT) 등은 협상이 곧바로 끝나지 않고 오랜 시간 이어진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양측의 요구안은 처음부터 간극이 큰 채로 시작됐다.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10일 "양측이 상호 합의한 조치 중 두 가지, 즉 레바논에서의 휴전과 협상 개시 전 이란의 동결 자산 해제 조치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사안은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고 엑스(X)에 적었다. 이외에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 권한(통행료 부과), 우라늄 농축 권한 유지, 이란에 대한 1차 및 2차 제재 해제, 전쟁 배상금 지급 등을 요구해 왔다. 미국이 이 중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핵무기 포기를 대가로 하는 제재 해제 정도다.
이란 측의 배상금 지급 요구는 통행료 인정으로 갈음될 가능성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조인트벤처' 형태로 이란과 함께 통행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거론했으나, 국제사회가 이런 방법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항행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으면 전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 통행세를 받겠다고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놀랍게도 그들은 이 작업을 스스로 해낼 용기나 의지가 없다"면서 "하지만 아주 흥미롭게도 많은 나라에서 빈 유조선이 석유를 채우러 미국으로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처참하게 지고 있다면서 "그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건 선박이 기뢰에 부딪힐 수 있다는 위협뿐인데 그들의 기뢰부설함 28척 모두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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