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S일렉트릭, 美 빅테크에 1700억원대 배전반 공급

입력 2026-04-13 17:00   수정 2026-04-13 17:02


LS일렉트릭이 미국 빅테크 업체와 1700억원대 배전반(차단기·개폐기)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계약 상대가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인 것으로 추정한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배전반을 한국 기업이 공급하는 첫 사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최근 아마존의 클라우드사업 관련 자회사인 AWS와 공급 물량 및 시기에 관한 막바지 협상을 마치고 배전반 공급 계약을 확정했다. 북미에 건설 중인 AI 데이터센터에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중전압(MV) 차단기를 포함한 배전 시스템 일체를 공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계약 규모는 총 1700억원대다. 지난 2월부터 이뤄진 선주문 500억원과 후속 공급 물량 1000억원, 미국 관세 부담 비용이 포함됐다. LS일렉트릭은 상반기 물량은 충북 청주 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하고, 하반기부터 미국 법인인 유타주 MCM엔지니어링Ⅱ와 텍사스주 배스트럽 공장에서 생산해 납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계약 상대를 공식 확인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북미 빅테크 데이터센터 업체들과의 대규모 공급 계약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수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 전력기기, '배전반 슈퍼사이클' 돌입
2021년 이후 열린 북미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은 그동안 초고압 변압기의 독무대였다. 인공지능(AI) 발 전력 수요 급증과 노후 송전망 교체 시기가 맞물린 결과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K 전력기기’ 업체들은 550킬로볼트(kV), 765kV 등 용량을 키운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5~6년 치 일감을 쌓았다.

LS일렉트릭이 미국 빅테크 사와 1700억원대 배전반 납품 계약을 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전력기기 슈퍼 호황이 중저압 배전반(차단기·개폐기)으로 이어진 사례로 평가했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데이터센터로 보내려면 먼저 초고압 변압기를 통해 전력을 154kV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다음 배전반을 활용해 전압을 66kV 아래로 낮춰 개별 서버로 분배한다. 초고압 변압기로 송전 설비를 어느 정도 갖춘 북미 빅테크 기업들이 ‘배전반 확보 경쟁’에 뛰어든 배경이다.
美 전력기기 품귀에 빅테크 러브콜

LS일렉트릭의 계약 상대로 알려진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까다롭게 선정한 벤더사(유통사) 그룹을 두고 이들 기업과만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버 안정성과 보안이 핵심인 AI 산업 특성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업체는 글로벌 배전반 ‘빅4’(이튼·슈나이더 일렉트릭·지멘스·ABB) 중에도 세 곳뿐이다. 이번 계약으로 LS일렉트릭은 한국 전력기기 기업 최초로 AWS 벤더사에 공식 편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클라우드 1위 업체인 AWS가 한국 기업에 ‘러브콜’을 보낸 배경에는 북미 주요 빅테크 기업 간 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있다. 미국 빅테크 4사(AWS·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총 6650억달러(약 991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를 워낙 많이 짓다 보니 배전반 빅4의 공급량만으로는 현지 수요를 맞추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배전반은 주문 제작 방식이 많은 데다 북미에서 유통하려면 안전·품질 인증제도인 UL 인증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

공격적인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인 AWS는 LS일렉트릭과의 이번 계약 체결을 당초 계획보다 서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계약 규모(1700억원)의 약 29.4%인 500억원어치를 본계약을 앞두고 미리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본계약이 체결되는 즉시 배전반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SOS를 보낸 것”이라며 “변압기와 마찬가지로 배전반 시장에서도 공급자 우위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유타·텍사스 현지 생산 본격화

LS일렉트릭은 이번 계약을 토대로 북미 지역 빅테크 수요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앞서 2024년 말 북미 AI 빅테크 기업에 3100억원 규모 데이터센터용 전력 기자재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또 다른 업체에 640억원 규모 배전 패키지 및 1329억원 규모 전력 시스템 일괄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LS일렉트릭은 미국 유타주 MCM엔지니어링Ⅱ와 텍사스주 배스트럽 공장을 양대 생산 거점으로 북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MCM엔지니어링Ⅱ는 LS일렉트릭이 2022년 630만달러를 투자해 인수한 현지 배전반 생산법인이다. 지난해 설립한 배스트럽 공장도 배전반 제품의 북미 생산을 위한 UL 인증 획득을 올 상반기 앞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미국 현지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한국에서 공급할 때 12~15주 걸렸던 납기를 2주 이내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미국 현지 판매 법인을 신설해 전력기기 유지·정비·보수(MRO) 역량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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