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첫 주한 미국대사로 한국계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70) 전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대중국 강경 노선과 대북 압박 기조를 분명히 해온 스틸 지명자의 등판이 한국 정부에 작지 않은 압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개월 만에 지명된 대사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스틸 전 의원을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지명하고 연방 상원에 인준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약 15개월 만이다. 그간 주한 미국대사직은 장기 공석 상태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지난해 1월 이임한 뒤 조셉 윤 전 대사대리와 케빈 김 주아세안 미국대사 지명자가 차례로 대행을 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중국 등 주요국 대사는 일찌감치 임명하고도 한국대사직은 비워둔 탓에 외교가에선 소통 공백 우려가 작지 않았다.주한 미국대사는 상원 청문회를 거쳐 인준을 받아야 임명이 가능한 특명전권대사인 만큼 실제 부임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임명이 이뤄지면 성 김 전 대사(2011~2014년)에 이은 두 번째 한국계 미국인 대사가 된다.
◇北 실향민 자녀에서 주한대사로
스틸 지명자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일본을 거쳐 1975년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의 부모는 6·25전쟁 당시 북한을 탈출해 부산으로 피란한 실향민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그는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와 일본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태를 계기로 한국인의 미국 정계 진출 필요성을 느껴 정치에 입문했다.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과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행정책임자) 등을 지낸 뒤 2020년 연방 하원에 입성했고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2024년 선거에선 600여 표 차이로 석패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초기부터 유력한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선거 때도 SNS를 통해 공개 지지를 표명할 정도로 신임을 드러낸 바 있다. 그의 배우자 숀 스틸 변호사 역시 공화당 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대중·대북 강경 기조 ‘변수’
이번 지명을 계기로 한·미 간 상시적인 외교 소통 채널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틸 지명자가 공화당 주류 세력과 밀접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층의 속내를 한국 측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SMA) 재조정과 대미 투자 등 미국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스틸 지명자의 대중국 인식은 한·미 관계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그는 하원 재직 시절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대중 강경 기조와 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전략적 여지를 확보하려 할수록 미국대사의 압박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정책에서도 시각차가 드러날 수 있다. 스틸 지명자는 초선 의원 시절이던 2021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종전선언’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과 연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의정 활동 중 북한 출신 부모를 언급하며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목표를 관철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정부는 일희일비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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