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반도체 호황에 기대 영업이익의 15%(약 45조원)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주주 배당금의 네 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작년 연구개발(R&D) 투자비보다 많다. 주주들은 “기업의 미래를 담보로 ‘도 넘은 돈 잔치’를 벌이려 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고,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는 내용의 요구안을 설명했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사측과의 교섭에선 영업이익의 10%를 제시했으나, 지난 7일 올해 1분기 57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영업이익이 발표되자 요구안을 15%로 올렸다.
최승호 삼성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애초 20%를 기준으로 교섭을 시작해 15%로 조정한 것”이라며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 성과급은 대외비라 기준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봉의 최대 50%라는 상한선 때문에 회사가 성과를 내도 보상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며 상한 폐지를 요구했다.
업계와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실적에 따라 천문학적으로 치솟을 수 있는 노조의 ‘상한선 없는’ 성과급 요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 전망대로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달하면 성과급 규모만 45조원을 넘어선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주주들에게 지급한 총배당금(11조1000억원)의 네 배에 달하는 규모다.
단순 계산 시 전체 주주(461만 명) 1인당 평균 배당금은 약 241만원이다.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면 반도체(DS)부문 직원(약 7만7000명) 1인당 평균 성과급은 5억8000만원에 이른다. 주주 한 명에게 돌아가는 보상보다 직원 한 명이 받는 성과급이 약 240배나 많은 셈이다.
파업땐 중소 협력사 경영난 불가피…엔비디아 등 고객사 이탈할 수도
온라인에선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삼성전자 노조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후 자금과 자녀 학자금을 아껴 투자한 서민 주주에게는 배당금을 쥐꼬리만큼 주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노조가 수십조원 규모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이 맞냐는 격앙된 반응이 많다. 한 소액주주는 “AI 슈퍼사이클에 겨우 올라탔는데, 번 돈의 15%를 통째로 보너스로 달라고 요구하는 건 투자, 배당 다 접고 노조 복지공사를 하라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1700여 개 중소 협력사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원청의 가동 중단은 협력사 직원들의 무급휴직과 감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 등 삼성전자 경제 생태계에 의존하는 지역 내 자영업자들도 “나라가 어지러운데 배부른 이들의 투쟁으로 서민만 죽어 나갈 판”이라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사 갈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의 파업은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보유한 만큼 공급 안정성이 흔들릴 경우 엔비디아와 애플 등 핵심 고객사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만 중국 등의 반도체업체들은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자사 제품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틈새시장을 확대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한 번 경쟁사로 넘어간 물량은 파업이 끝나더라도 되찾아오기 어렵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최악의 경우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으로, 삼성전자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국가 수출 실적 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또 과도한 성과급 지출로 영업이익이 급감하면 정부가 거둬들이는 법인세 수입도 줄어들어 국가 재정에 직접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주주 가치 훼손과 투자 위축을 넘어 미국 마이크론이나 중국 기업들에 시장 지배력을 내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채연/강해령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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