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며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 전망치에 먹구름이 끼었지만 여의도 증권가는 목표주가를 대체로 유지했다. 1분기에 증권사 예상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낸 데 더해, 향후 악조건 속에서도 수익성을 잘 지켜낼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대한항공은 3.13% 오른 2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13일 발표된 1분기 실적이 예상을 크게 웃돈 데 더해, 고유가 속에서도 돋보이는 수익성을 나타낼 것이란 분석이 잇따른 결과다.
대한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1분기 매출 4조5151억원, 영업이익 516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1%, 47.3%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실적 발표 직전 집계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3844억원을 34.47% 웃돌았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중동 항공사들의 운항이 크게 위축된 결과 대한항공의 국제 여객 탑승률이 역대 최고인 88.5%를 기록했고, 신규 항공기 도입으로 유류 사용량이 예상보다 크게 절감됐다”며 “최근 급등한 국제 유가는 1분기 급유 단가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유가가 반영되는 2분기부터다. 1분기에 예매된 좌석은 유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매출로 인식될 항공권은 3월 이전에 발권된 티켓 비중이 높을 전망”이라며 “대한항공의 3월 말 기준 선수금 부채 규모는 작년 말 대비 9500억원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분기 대한항공의 실적은 연결·별도 기준 모두 적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의 1분기 실적 리뷰(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 중 상당수가 대한항공이 2분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를 일부 증권사만 반영한 직전 거래일까지 대한항공의 별도 기준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105억원이었다.
다만 1분기 실적 리뷰 보고서를 낸 11개 증권사 중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하향한 곳은 삼성증권 한 곳뿐이었다. 기존 대비 13% 하향해 2만6000원을 제시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연간 유류 사용량은 별도 기준으로 약 3100만 배럴, 연결 기준으로 약 5000만 배럴로 추정된다”며 “환율 상승 효과를 배제해도, 연평균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상승할 때마다 7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집계한 지난주 주간 평균 항공제트유 가격은 배럴당 197.83달러다. 1분기 평균인 배럴당 124달러 대비 60%가량 상승한 상태다. 삼성증권의 계산대로 향후 1년 동안 유가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대한항공은 5조1681억원을 더 지출해야 한다.
삼성증권을 제외한 대부분 증권사는 대한항공의 이익 추정치를 하향하면서도 목표주가 산출 방식을 바꾸거나 목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우선 대한항공이 환율과 유가를 헤지하는 금융상품을 운용하고 있기에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해도 순이익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헤지 상품을 운용함에 따라 항상 연간 외화관련손익과 파생관련손익의 합이 0에 가깝게 수렴해왔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경쟁사 대비 고유가를 감당할 경쟁력이 높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강성진 연구원은 “신형 항공기의 연료비 절감 효과, 꾸준한 유가 헤지, 대형항공기의 융통성 등으로 대한항공의 연료비 여건은 경쟁사보다 낫다”며 “이런 강점은 경쟁사의 승객과 화물을 가져오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가를 감당할 경쟁력은 우위에 있지만 주가는 그렇지 못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돋보이는 구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지운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거시경제(매크로) 불확실성을 반영한 대한항공의 현재 주가는 올해 연말 재무제표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예상치 0.8배 수준”이라며 “글로벌 경쟁사 대비 저평가 구간”이라고 판단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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