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자' 삼성SDS, KKR에 '콧대 높은 조건'으로 1.2조 CB 발행

입력 2026-04-15 10:06   수정 2026-04-15 16:29

이 기사는 04월 15일 10: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이어온 삼성SDS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상대로 1조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6조원이 넘는 현금 실탄을 보유한 만큼, 발행사인 삼성SDS가 극히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며 대규모 자금 수혈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S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조20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연 2.5%이며 만기는 6년이다. KKR이 투자 목적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스타테크AI(Startech AI)'가 전액 인수한다.

이번 CB의 발행 조건은 삼성SDS에 유리하게 설계됐다. 통상 CB는 투자 유인을 위해 현재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환가액을 책정하는 ‘할인 발행’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삼성SDS는 오히려 기준주가보다 약 18% 높은 18만원을 최초 전환가격으로 확정했다. 투자자인 KKR 입장에서는 향후 주가가 현재보다 20% 가까이 올라야 비로소 수익 구간에 진입하는 구조다.

통상적인 주가 하락 시 전환가격을 그에 맞춰 낮춰주는 '하향 리픽싱' 조항도 제외됐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KKR을 위해 전환가격을 깎아주거나 전환 주식 수를 늘려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삼성SDS와 KKR 모두 향후 주가 흐름에 강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자,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 우려를 낮추가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달을 대형 M&A를 위한 '실탄 장전'으로 보고 있다. 삼성SDS는 공시상 조달 자금을 올해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으나, IB 업계에서는 M&A 전문가인 KKR과 전략적 손을 잡은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삼성SDS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만 6조3800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0.3%에 불과하다. 굳이 이자 비용을 감수하며 대규모 CB를 발행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조달은 AI나 클라우드 등 신사업 분야에서의 '초대형 빅딜'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KKR과의 사전 교감도 상당기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SDS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CB 발행 한도를 기존 670억원에서 1조5000억 원으로 22배가량 대폭 확대했다. 당시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했으나 삼성SDS는 압도적 찬성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도를 늘린 지 불과 한 달 만에 한도의 80%를 채우는 전격적인 발행에 나선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큰손인 KKR이 리픽싱 없는 할증 발행 조건을 수용한 것은 삼성SDS의 성장 잠재력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라며 "확보된 자금이 실제 빅딜로 이어질 경우 기업 가치 재평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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