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지에 찍어낸 사진 보셨나요…마치 수묵화 같아요

입력 2026-04-15 17:21   수정 2026-04-15 23:45


“촬영에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후반 작업이 열 달 넘게 걸렸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 6년 만에 한국에서 전시회를 여는 사진작가 이정진이 작품 앞에 섰다. 화면을 채운 흑백의 풍경은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오간다. 먹으로 그린 수묵화같기도 하고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흑백 사진이 떠오르기도 하는 작가의 작품은 보는 이의 다양한 시선을 자극한다.

이정진 작가가 PKM 갤러리 전관에서 개인전 ‘Unseen/Thing(언씬/씽)’을 진행한다. 2024년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담은 ‘Unseen’ 시리즈와 2003년 시작한 작가의 유일한 스튜디오 작업 ‘Thing’ 시리즈가 전시장에 나왔다.

작가는 전통 한지에 빛을 만나면 이미지가 생기는 감광유액을 붓으로 칠한 후 인화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최근 그는 작업 방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기존과 똑같은 방식으로 인화한 사진을 디지털로 스캔해 포토샵으로 조정하며 자신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경험한 감정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Unseen’ 시리즈가 이 방식을 통해 완성됐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촬영은 빠르게 진행됐다. 한 장소에서 많은 컷을 찍지도 않았고, 한 번 촬영한 장소는 다시 방문하지도 않았다. 반면 작업할 사진을 고르고 들여다보며 완성하는 데는 오랜 시간을 들였다. 작가는 여러 컷을 촬영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제가 대면한 그 순간의 느낌이 제일 강렬하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Unseen’ 시리즈 촬영에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후반 작업에만 10개월이 넘게 소요된 이유다.

한지 역시 작가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작가는 “한지는 현상액에 담가도 쉽게 풀어지지 않을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고, 감광유액을 바르면 마치 피부처럼 깊은 곳에서 이미지가 배어 나오는 질감을 만들어낸다”며 “한지의 물성은 관람자가 사진을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도록 만드는 힘을 지녔다”고 전했다. 전시는 5월 23일까지.

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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