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윗 보고 왔어요.”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카페. 배낭을 멘 금발의 독일인과 히잡을 쓴 중동의 여행객이 스마트폰 창에 X 게시물을 띄우며 말을 건넨다? 한국어로 올린 “여기 K-라떼 맛집임”이라는 10자 남짓의 게시물. 그들의 스마트폰 화면 속엔 해당 게시물이 완벽한 독일어와 아랍어로 번역돼 떠 있었다.
어쩌면 2026년엔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종종 벌어질지도 모른다. “하루 사이에 로컬에서 글로벌이 됐다.” 이번 X의 자동 번역·추천 서비스를 관통하는 평가다. 팔로워가 없어도, 영어를 쓰지 않아도 글로벌 도달이 가능해진 시대, 전문가들은 “마케팅 전략을 바꿀 때”라고 강조한다.
지금은 각국의 문화 차이를 궁금해하며 신기해하는 정도이지만 ‘디지털 바벨탑’을 마케팅에 적용하면 어떨까.
가장 먼저 체감될 변화는 로컬 비즈니스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이다. 창작자들과 인플루언서, 전문가 집단에게는 제2의 황금기가 열릴 수도 있다. 기업 마케팅과 무역의 패러다임도 송두리째 바뀔지 모른다.
다음은 ‘디지털 바벨탑’ 출현 이후의 비즈니스 시나리오다. 이곳에서 새로운 생존 아이디어를 찾아보자.
김 씨는 이제 “X 로컬 비즈니스 클럽”이라는 소규모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주변 카페·식당 사장들이 모여 서로의 게시물을 공유하고 성공 사례를 나누는 자리다. 이 클럽은 곧 프랜차이즈 모델로 이어졌다. 언어 장벽 없는 ‘우연한 만남’이 동네 상권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셈이다.
20대 패션 유튜버 지은 씨는 평소처럼 “오늘 입은 코디(OOTD)” 게시물을 한국어로 올렸다. 그록이 영어·일본어·스페인어·아랍어 버전으로 자동 번역해 전 세계 추천 피드에 띄웠다. 불과 3일 만에 미국·중동·남미 팔로워가 5만 명 늘었다. DM함은 해외 브랜드 제안으로 가득 찼다. N사와 D사에서 연락이 왔고 ‘한국 독점 앰배서더’ 계약이 성사됐다. 지은 씨의 연 수익은 10억원을 넘겼다. X 프리미엄 구독과 크리에이터 수익 공유, X 머니 정산까지 더해지면서 수입원은 다각화됐다.B2B 분야에서도 변화는 크다. 한국 반도체 부품 스타트업이 신제품 스펙 게시물을 올리자 일본과 대만 기업에서 제품 상담 DM을 보냈다. 무역박람회와 출장 비용이 90% 절감됐고 X챗과 X 머니로 계약서 서명과 대금 결제까지 앱 안에서 끝났다. 기업들은 X를 ‘글로벌 비즈니스 OS’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AI 기반 한국어 학습 앱 스타트업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 게시물로 미국과 유럽 학교, 기업 고객이 DM으로 몰려들었고 6개월 만에 시리즈A 1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X 글로벌 셀러”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했다. 창고와 물류만 준비하면 누구나 해외 직수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록이 40여 개 언어로 번역하고 추천 피드에 띄우는 순간 영상은 폭발했다. 게시 6시간 만에 조회수 1200만, 리포스트 80만. 미국 LA의 10대, 일본 도쿄의 애니메이션 팬, 브라질 리우의 댄서들이 동시에 “이게 뭐야? 너무 좋다!”는 댓글을 달았다.
며칠 만에 수천 개의 2차 창작물이 쏟아졌고 비즈니스적으로는 더 큰 파급력이 나타났다. 해외 브랜드들은 “이 문화 퓨전 스타일로 캠페인을 해달라”며 협업을 제안했다. A사는 브라질 축구선수와 한국 아이돌을 섞은 광고 영상을, N사는 자사 애니메이션과 K-드라마 요소를 결합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의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시간 소통으로 언어 장벽이 낮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칫 잘 사는 나라가 못 사는 나라를 도구화하거나 그들의 정체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라며 “결국 전 세계의 생활 방식이나 가치관이 서구 중심으로 획일화되는 ‘문명적 종속’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언어가 더 이상 비용이나 장벽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이디어가 곧 글로벌 매출이고, 콘텐츠 품질이 곧 영향력이다. 소상공인은 로컬을 글로벌로, 크리에이터는 국내를 세계로, 기업은 전통 마케팅에 변주를 주는 것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 IT 전문가들은 AI 번역에 최적화된 명확하고 보편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플랫폼의 어두운 면까지 인지하며 전략을 세우는 사람이 이 새로운 디지털 바벨탑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IT 전문매체 테크수다의 도안구 편집장은 “이제는 자국어 콘텐츠 자체의 품질과 구조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며 “명확한 주장, 논리적 구조, 구체적 데이터, 맥락이 풍부한 서술 등 AI가 추천하기 좋은 콘텐츠 구조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은희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흥미롭게 전달하는 재주가 탁월하다”며 “X의 자동 번역이 이러한 한국적 콘텐츠를 전 세계에 실 시간으로 실어 나르면서 로컬 비즈니스가 글로벌로 확장되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