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제철소에서 2년 넘게 근무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포스코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재차 나왔다. 사내하청 근로자 7000여명을 직고용하려는 포스코의 플랜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6일 포스코 사내하청업체에 고용돼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일한 근로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두건의 상고심을 열고 “근로자 파견관계 성립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정년을 넘긴 원고와 냉연포장 업무를 수행한 협력사 원고들에 대해선 파기자판·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선박 접안과 래들 관리, 롤 정비, 배합원료 생산 등 업무를 담당한 4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215명은 2017년 포스코를 상대로 고용의무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들이 포스코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원고용주가 업무 관련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고, 하청 직원이 원청과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구성돼 공동작업을 할 경우 도급이 아닌 근로자 파견으로 인정된다.
1심과 2심은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각 협력업체는 피고(포스코)로부터 적합성 점검을 받은 작업표준서 등에 따라 작업을 수행했다”며 “포스코는 전산관리시스템과 이메일 등을 통해 수시로 각 협력업체에 작업의 대상, 작업방법, 작업순서 등을 지시하고 특정한 작업을 우선해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정년이 도래한 한 원고에 대해선 “근로자 지위 회복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직권으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한 A협력사 7명과 공장 업무를 맡은 B협력사 근로자 1명이 별도로 제기한 소송에선 대법원 판단이 엇갈렸다. B사에 대해선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지만, A사 소속 근로자에 대해선 “포스코가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파기환송 판결했다. A사는 1997년 코스닥 상장 당시 이미 매출 1000억원을 넘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포장설비를 설치 후 운영했으며, 2004년엔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대법원은 “포장업무의 직접적인 실행 과정에 관해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을 보유한 A사는 작업표준서 등의 작성·변경 과정에서 자사의 경험, 기술이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었을 소지가 크다”며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A사 근로자들과 포스코 근로자들이 수행한 업무가 어느정도 구분되고, 서로 대체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일부 원고에 대해서긴 하지만) 불법 파견 관련 소송에서 파기환송 결정이 난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단순히 전산관리시스템(MES) 활용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작업 지시 내용과 회사 업무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사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2011년 처음 시작됐다. 2022년 7월 대법원이 1·2차 소송에서 근로자들 손을 들어줬다. 이날 3·4차 소송에서도 포스코의 직고용 의무를 인정한 대법원 판단이 재차 나온 것이다. 현재까지 관련 소송이 10차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참여 인원은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측은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승소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관련 법적 절차에 따라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지난 8일 공표한 바와 같이 이번 소송에서 승소한 원고에 한정하지 않고, 유사공정에서 근무하는 협력사 소속 약 7000명에 대해 직고용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냈다. 또한 “장기간 이어온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으로 인한 갈등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종식하여 상생의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인혁/신정은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