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행 비행기 112만원 '껑충'…항공 유류할증료 최고

입력 2026-04-17 06:00   수정 2026-04-17 06:06

미국·이란 전쟁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최고 단계로 치솟았다. 다음달 뉴욕행 항공권을 사려면 최대 112만원의 할증료를 내야 한다. 고유가를 버티지 못한 해운사도 긴급 유류할증료를 잇달아 도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5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갤런당 511.21센트로, 최고 단계인 33단계(갤런당 470센트 이상)에 해당한다. 유류할증료 체계가 도입된 뒤 역대 최고치다. 대한항공은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거리에 따라 왕복 15만~112만8000원으로 책정했다. 최장 거리 노선 기준 올해 1월 할증료(23만1000원)의 다섯 배가량으로 올랐다.

해운사들도 긴급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기로 했다. 장금상선은 이달부터 동남아시아행 수출 화물에 TEU(20피트 컨테이너)당 100달러 등의 긴급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운송비 증가가 소비자가격에 전가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띄울수록 손해…해운사 '긴급 유류할증료' 도입
팬오션·HMM, 저유황유 할증료 1TEU당 최대 5배까지 올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가 지속되자 해운사들도 긴급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고 나섰다. 글로벌 해상 운임이 올랐지만, 유류비 압박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아서다. 항공과 해상 운송비가 동반 상승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대폭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폭등하는 해상 운임
16일 업계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지난 1일부터 한국에서 동남아시아와 남중국 등으로 향하는 화물에 대해 긴급유류할증료(EBS)를 도입했다. 긴급유류할증료는 전쟁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때 선사가 운항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붙이는 요금이다. 일반 화물은 1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00달러, 냉동·냉장 컨테이너 등 특수 화물은 1TEU당 150달러가 적용된다. 장금상선 측은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으며 선박 연료 공급 여건도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남중국 노선의 운임은 TEU당 평균 200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유류할증료가 100달러 오르면 운임의 50%가 오르는 셈이다.

대형 해운사들은 기존에 있던 저유황유할증료를 대거 인상하기 시작했다. 팬오션은 지난달 말 중국 등지에서 한국으로 수입하는 화물의 저유황유할증료를 배 이상 인상했다. 남중국과 홍콩발 노선은 TEU당 50달러에서 140달러로 세 배가량으로 뛰었다. 해운사들은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황 함유량이 적은 값비싼 연료를 쓰게 된 후 화주들에게 저유황유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다. HMM도 다음달 출항분부터 한국발 남중국행 노선의 저유황유할증료를 TEU당 기존 20달러에서 100달러로 다섯 배로 올리겠다고 지난 15일 화주들에게 공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을 운반하는 컨테이너선뿐 아니라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유류할증료가 전반적으로 올랐다”며 “그마저 전쟁 초기 정부에서 고유가 부담을 화주들에게 바로 전가하지 말라고 요청해 버티다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임 올랐지만, 유류비 부담 더 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선박들의 연료비 부담은 급격히 커졌다. 선박용 중유인 벙커C유가 중질유 비중이 높은 중동산 원유에서 주로 생산돼서다.

벙커C유의 일종으로 선박 연료인 싱가포르항 기준 초저유황유(VLSFO)는 전쟁 이전인 지난 2월 t당 509달러에 거래됐다. 그러나 전쟁이 이어지며 지난달 18일 t당 1060달러까지 뛰어올랐다. 부산항에서 판매되는 초저유황유는 싱가포르보다 가격이 5~10% 높다. 그만큼 한국을 거치는 선박들의 연료비 부담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해상 운임이 올랐지만, 해운사들의 실적이 생각만큼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0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890.77로 7주 연속 올랐다. 지수를 끌어올린 건 중동 노선 운임이다. TEU당 4167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한국 선박들은 중동 항로가 막혀 운임 상승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며 “운임 상승 폭보다 유류비 상승 폭이 압도적으로 커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의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대한항공은 편도 기준 최소 7만5000원~최대 56만4000원, 아시아나항공은 8만5400~47만6200원의 유류할증료를 다음달 발권하는 항공권에 부과한다.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이 갤런당 511.21센트로 치솟으며 유류할증료가 가장 높은 단계인 33단계로 책정되면서다. 지난달 18단계에서 한 달 새 15단계 오르며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33단계가 적용된 것은 2016년 유류할증료 체계가 도입된 후 사상 처음이다. 직전 최고 단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받은 2022년 7~8월 22단계였다.

신정은/노유정/안시욱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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