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에서 통화질서까지…스테이블코인 입체 분석 [책마을]

입력 2026-04-22 11:03   수정 2026-04-22 11:07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질서 변화의 흐름으로 읽어낸 책이 출간됐다.《스테이블코인 머니 게임》은 블록체인과 결제, 통화정책, 법제도, 지역화폐를 아우르며 스테이블코인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기술·정책·금융·법률 전문가 7명이 참여해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코인’이 아닌 결제 인프라와 금융 시스템 재편의 핵심 변수로 풀어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결론을 밀어붙이기보다 서로 다른 시각을 함께 제시한 점이다. 저자인 김세진, 현상훈, 김의석, 임동민, 박이락, 이승민, 이연배는 각각 테크 정책, 블록체인 기술, 혁신 전략, 거시경제, 지급결제, 금융형사, 공공행정 분야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다. 이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기술 변화와 제도 정비, 시장 확장과 통화 주권 이슈를 각자의 언어로 해석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엮어냈다.

책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가격 변동성을 줄인 암호화폐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국제 송금의 비용과 지연을 줄이고, 스마트콘트랙트를 통해 지급 조건을 설계할 수 있으며, 결제와 청산의 구조를 다시 짜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라는 것이다. 책 속에서는 디파이(탈중앙화금융)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와 암호자산을 잇는 매개로 작동하는 방식, 프로그래머블 머니가 복지 재정 집행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 일상 결제로 확산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신뢰의 중요성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 수요를 떠받치는 민간 디지털 금융 생태계로 성장하고 있다는 진단은 이 책의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저자들은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통화 패권과 금융 주권, 규제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화라고 본다. 동시에 준비자산 관리, 발행기관 인가, 자금세탁방지 규율 같은 공공 신뢰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 안정성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혁신과 안정, 자율과 보호 사이의 균형이 결국 스테이블코인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얘기다.

이 책은 스테이블코인을 무조건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 대신 기술과 시장, 정책과 규제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여주며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스테이블코인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개념을 정리하는 입문서가 될 수 있다. 이미 디지털자산 시장과 정책 논의를 지켜본 독자에게는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해설서가 될 만하다. 디지털 화폐 전환기를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스테이블코인 머니 게임》은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짚어주는 안내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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