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청구했다고 바로 알았다?"…대법 "해지기간, 그때부터 아니다"

입력 2026-04-19 09:00   수정 2026-04-19 12:55

보험금을 청구했다고 해서 보험사가 곧바로 의무 위반 사실을 알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험을 해지할 수 있는 기간을 언제부터 계산할지 기준이 달라지면서, 유족 측이 보험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A씨 등이 DB손해 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쟁점은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1개월 제척기간'을 언제부터 계산할 것인지였다. 상법 제652조는 보험계약자가 위험이 현저히 증가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 보험사가 이를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망인 B씨는 보험 가입 당시 경비원이었으나 이후 선박 기관장으로 직업이 변경됐고, 이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다. 지난 2022년 선박 조난 사고로 B씨가 사망하자 유족은 보험금 1억5000만원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직업 변경에 따른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1·2심은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를 받은 2022년 6월 3일께에는 이미 직업 변경 사실을 알았다고 보고,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난 7월 13일 해지 통보는 기간을 넘겨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지권 행사 기간의 기산점은 단순히 위험 증가 사실을 안 때가 아니라, 보험계약자가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때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금 청구서를 접수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통지의무 위반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유족들이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망인의 선박 탑승을 '직무 외 일회성'이라고 설명한 점을 들어, 보험사로서는 직업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즉시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보험사가 언제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인지했는지를 다시 따져야 한다"며 사건을 환송했다. 기존처럼 보험금 청구일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기산점을 정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이번 판결은 보험계약 해지권 행사 기간의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 향후 보험 분쟁에서 '통지의무 위반 인지 시점' 을 둘러싼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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