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들면 못 헤어나와"…1분짜리 中 '숏폼 드라마' 뭐길래

입력 2026-04-20 08:44   수정 2026-04-20 09:00


중국 제작사들이 스마트폰용 초단편 연속극인 ‘마이크로드라마’를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 먼저 흥행 공식을 만든 제작사들이 영어권 배우와 서구식 배경을 내세워 미국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지만, 미국 문화와 정치에 대한 이해 부족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마이크로드라마는 약 7억명에 가까운 시청자를 끌어모았고,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수입도 넘어섰다. 마이크로드라마는 1~2분 안팎의 짧은 에피소드에 감정적 자극, 극적 갈등, 연속적인 반전을 밀어 넣은 형식이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 제작사들은 해외, 특히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상위 4개 마이크로드라마 앱은 모두 중국 자본 기반이며, 누적 다운로드는 9700만건에 달했다. 지난해 이 부문의 순 인앱구매 매출은 9억6600만달러로, 2022년 2100만달러에서 급증했다.

흥행 공식은 단순하다. 중국에서 검증된 히트작을 미국용으로 번역하거나 각색하는 것이다. 권위적인 최고경영자(CEO)가 평범한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로맨스와 판타지를 섞은 설정, 여기에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 같은 요소를 덧붙여 미국 여성 시청자 취향에 맞추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제작 방식도 빠르고 싸다는 평가다. 최근 영화학교를 졸업한 인력과 무명 배우들을 동원해 7~10일 만에 촬영을 마치는 경우가 많고, 미국 시장용 시리즈 한 편의 제작비는 대체로 20만달러 이하로 알려졌다. 대신 진짜 큰 돈이 들어가는 곳은 마케팅이다. 메타와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이용자를 자사 앱으로 끌어와 유료 결제로 전환시키는 비용이 전체 예산의 최대 80%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 확장의 걸림돌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제작사들은 중년 미국 여성과 중국 여성의 취향이 비슷하다고 보고 로맨스 장르에 집중해왔지만, 남성 시청자를 겨냥한 작품, 공상과학·공포 등 미국에서 익숙한 장르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뉴저지의 마이크로드라마 제작사 저니 엔터테인먼트의 가오펑은 “미국 마이크로드라마에 정치 줄거리가 없는 이유는 중국 사무실에 앉아 있는 작가들이 미국 정치를 쓸 수 없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어떻게 정치 후원을 하고 정치인들이 지역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도 있다. 중국 플랫폼들은 미국 시청자에 더 맞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수준 높은 미국 작가를 고용하는 데 소극적이다. 그 결과 중국 본토 작가들이 익숙한 서사, 즉 재벌 CEO 로맨스 같은 검증된 공식을 반복하거나 중국 히트작을 그대로 변형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FT는 "플랫폼들이 서로의 성패를 빠르게 학습하고 있으며, 한 곳의 실패가 곧 다른 곳의 경고 사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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