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공장 꼭 유치" 선넘는 지선 '空約'

입력 2026-04-21 17:52   수정 2026-04-21 17:53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반도체 관련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들은 전력과 용수, 산업단지 등 입지 여건을 앞세워 “우리 지역이 최적지”라며 공장과 클러스터 유치 구상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정작 기업 의사는 불투명한데 지역과 정당을 가리지 않고 장밋빛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장호 국민의힘 구미시장 후보는 구미국가5산단 반도체 팹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는 “구미가 최적의 입지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부지와 전력, 용수, 행정까지 이미 준비가 끝난 만큼 기업이 결정만 내리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대구에선 유영하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후보가 삼성 반도체 팹 유치를 제시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과 용수에 한계가 있다며 생산라인을 대구·경북으로 끌어오겠다고 강조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당선 후 1년 이내에 최소 10조원 이상이 투자되는 글로벌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개발과 생산, 패키징을 결합한 생태계 조성과 1만 명 이상 고용 창출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는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공장 유치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무소속 김재선 정읍시장 예비후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유치를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선거 때마다 지역 경제 성장을 내세운 산업 유치 공약은 반복돼 왔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유독 반도체 공약이 부각되고 있다. 공장 한 곳만 들어서도 일자리와 세수, 산단 활성화, 도시 위상 제고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방식도 비슷하다. 입지 경쟁력을 강조한 뒤 반도체 특화단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집적, 인력 양성, 투자 펀드, 클러스터 조성 구상을 덧붙이는 식이다.

반도체산업은 기업의 투자 판단과 수익성, 전력·용수, 공급망, 인력 수급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선거판에선 유치 기대부터 앞선다는 우려가 크다.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부지 조성, 인허가 등 투자 여건을 갖추는 수준인 만큼 공약과 현실 사이 간극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한 기업 관계자는 “투자 결정부터 착공, 생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산업인 만큼 임기 내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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