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바다 지도에서 ‘일본해’(Sea of Japan) 명칭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다를 지명이 아닌 고유번호로 표기하는 디지털 표준이 채택돼서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9~23일 모나코에서 열린 제4차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디지털 데이터셋 S-130이 완성돼 정식 채택됐다.
S-130은 해역을 지명 대신 고유번호로 표기한다. 디지털 방식의 새로운 해도집 표준이다.
전자 항해와 지리정보체계 활용에 적합하도록 명칭보다 숫자 기반 식별체계를 사용한다.
향후 국제수로기구 체계에서는 모든 바다가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위도와 경도를 조합한 고유 식별번호로 관리된다.
기존 표준 해도 집인 S-23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는 참고 자료로만 존재한다.
이번 채택은 S-23에 일본해가 단독 표기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적극 추진해 온 노력의 결과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로 고통을 받던 1929년 국제수로기구는 S-23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등록한 바 있다.
이후 지형 명칭에 대해 당사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각국의 명칭을 병기한다는 원칙에 따라 일본과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교착 상태 속에서 이뤄진 이번 채택에서 비록 일본해 단독 표기를 동해 병기로 바꾸지는 못했지만, 향후 도입될 디지털 표준에서는 바다 명칭 자체가 사용되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를 계기로 동해와 일본해 명칭을 둘러싼 경쟁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됐다고 분석한다.
과거 S-23 체제에서는 어떤 이름을 표기할지가 쟁점이었다면, 이제는 특정 명칭이 데이터 구조 속에서 기본값으로 작동하며 어떻게 노출되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박창건 국민대 동아시아국제학부 일본학전공 교수는 연합뉴스에 “앞으로 동해가 지속해 노출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며 “외교적 설득을 통해 명칭 병기에 집중하기보다, 데이터 구조와 표준 규칙을 통해 동해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명 표기의 실제 영향력이 구글 지도, 해양정보 시스템 등에서 결정되는 만큼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도 필수적”이라고 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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