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 동안 산업계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는 산업재해다. 기업의 최우선 과제는 당연히 산업재해를 줄이는 것.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3년도 산재요양서비스가 종결된 이들의 2024년 원직장 복귀율은 41.7%다. 타직장 복귀율은 30.3%. 산재를 당하고 요양한 근로자의 30%는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과거 산재 근로자의 재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들어 이들의 사회 복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근로복지공단과 운영하는 ‘전기기능사 교육과정’이 대표적 사례다.지난 20일 경기 파주에 있는 대한상의 경기인력개발원에서 전기기능사 교육과정 입학식이 열렸다. 입학생 중 한 명인 유진규 씨(64)는 25년간 은행에서 일하다가 은퇴 후 취직한 제조업체에서 왼손 검지손가락 상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는 데 8개월 넘게 걸렸고, 이후에도 나이 등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며 “제대로 된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크게 느꼈다”고 했다. 다른 입학생은 “산업재해를 당한 이들 다수는 일용직을 전전하게 된다”며 “기술을 배워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교육과정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날 파주를 포함해 인천, 천안, 부산, 광주 등 전국 5곳의 인력개발원에서 전기기능사 교육과정에 총 101명이 입학했다. 이들은 앞으로 5개월간 500시간의 수업을 들으며 전기기능사를 준비할 예정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전기기능사는 건축 등 현장에서 수요가 많고,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작업을 해 나이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과정 수료생들의 지난해 전기기능사 합격률은 78.5%. 전국 평균(36.2%)의 2배를 웃돌았다. 실기 합격률도 78.8%로 전국 평균(72.6%)보다 높았다.
전기기능사 교육과정은 2024년 근로복지공단과 대한상의가 시작한 사업이다. 20명의 입학생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가 반응이 좋아 지난해 정식 교육과정으로 개설됐다. 입학생은 지난해 상반기 73명, 하반기 95명, 올해 상반기 101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상의는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로 올해 총 200명의 교육생을 받을 계획이다.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딴 수료생들이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교육과정을 마친 한 수료생은 최근 삼호중공업 전기설비 분야에 취직했다. 전력기기인 변압기 제조업체에 취업해 품질관리 업무를 하게 된 수료생도 있다. 이상복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장은 “내년에 설비보전기능사 등 다른 자격증 교육과정을 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취업 연계도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산재 피해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은 중대재해 유가족을 위한 장학재단인 ‘HD현대희망재단’을 2024년부터 운영해왔다. 조선업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피해를 입은 유가족의 생활안정 지원금과 의료비, 자녀들의 장학금 등을 지원한다. HD현대희망재단은 지난해 중대재해 피해 유가족 9가구에 지원금을, 유가족 자녀 3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산재가족돌봄재단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발표한 안전관리 혁신 계획의 일환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았다.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와 가족의 회복과 자립을 지원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산재 근로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파주=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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