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에 조 단위의 무기를 수출하며 입지를 다진 한화그룹이 현지 자본시장으로까지 보폭을 넓힌다. 기존 무기 중심의 파이프라인에 K-상장지수펀드(ETF)를 추가해 중동의 막대한 ‘오일 머니’를 국내 자본시장으로 끌어온다는 구상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스피 랠리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금융 상품 진출의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진출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출시된 ETF를 ADX에 교차 상장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한화운용은 작년 2월 KDEF를 미국에 상장했고, KMCA도 다음 달 출시를 앞뒀다. 세계 최대 자본시장을 거점으로 중동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다. ADX는 개인보다 기관투자자 비중이 훨씬 높은 시장이다. 단기 자금보다 장기 성격의 ‘스마트머니’를 흡수하기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이번 행보는 한화그룹의 중동 사업이 다각화된다는 측면에서 시장의 이목을 끈다. 그간 그룹 내 중동 진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 방산 계열사가 주도해왔지만, 이번에는 자산운용을 통해 금융 영역으로까지 사업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KDEF와 KMCA의 포트폴리오에 한화 계열사가 다수 포함된 만큼 ETF가 중동 자금이 그룹 내 주요 계열사로 유입되는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의 금융 인프라를 해외에 수출한다는 상징성 또한 크다. 현재 ADX에 상장된 ETF는 22개로, 한국거래소(1095개)의 50분의 1 수준이다. 초기 단계의 시장에 발 빠르게 진입해 K-ETF의 입지를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실제로 작년부터 중동의 대규모 기관 자금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하고 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는 쿼드자산운용, 페트라자산운용 등 국내 운용사에 수천억 원 규모의 뭉칫돈을 직접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중동 국부펀드가 ADX에 상장될 K방산과 K제조업 ETF에 유입되기 시작하면 단순한 유동성 공급을 넘어 국내 주력 산업 전반으로 자금이 들어오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따른다.
다만 이란전쟁은 여전한 변수로 지목된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현재 중동 큰손의 공격적인 자본 집행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확전 우려가 다소 진정되면 대기 중인 중동 자금이 한국 시장에 유입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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