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는 우아하고 편안하지만 사실 철저한 역할 분담과 규칙적인 리듬의 전개가 특징이다.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정체되지 않는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핵심은 ‘강-약-약’으로 이어지는 규칙적인 흐름이다. 첫 박에 확실한 무게 중심을 두고 이어지는 두 박자가 경쾌하게 뒤따르며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접시 위에서 메인 재료가 첫 박의 강박처럼 중심을 단단히 잡으면, 텍스처의 밀도와 온도, 산미 같은 섬세한 미각적 요소들이 경쾌한 약박처럼 조화를 이룬다. 19세기의 파리와 빈이 왈츠의 선율로 가득 찼던 것처럼 완연한 봄날을 맞아 우리의 일상 속 식탁 위에도 잃어버린 입맛을 깨우는 경쾌한 미식의 왈츠가 울려퍼지는 경험을 공유해 본다.

제철을 맞아 통통하게 살이 오른 쭈꾸미가 ‘쿵’ 하고 묵직한 첫 박을 알린다. 쫄깃하면서도 치밀한 밀도가 느껴지는 쭈꾸미의 텍스처 뒤로, 은은한 청주 향을 머금은 탱글한 모시조개의 깊은 감칠맛이 ‘짝’ 하고 두 번째 박자를 끌고 나온다. 고소한 알이 꽉 찬 쭈꾸미와 모시조개가 우러난 시원하고 뽀얀 국물은 그 자체로 멈추지 않는 미각적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이어지는 세 번째 약박은 청초한 봄의 향기를 머금은 미나리가 상큼한 색채를 얹으며 완성한다. 자칫 묵직해질 수 있는 해산물의 짙은 풍미 위로 아삭하게 씹히는 미나리의 식감과 특유의 향긋함이 덧입혀지니 왈츠 특유의 경쾌한 회전력이 생겨난다. 미나리의 산뜻한 향은 코끝을 맴돌며 입안을 말끔하게 정리해주고, 기분 좋게 다음 숟가락으로 넘어갈 수 있는 가벼운 도약을 이끌어낸다.
쭈꾸미와 모시조개의 깊은 감칠맛, 그리고 미나리의 청량함이 맞물려 돌아가는 이 역학적 조화는 왜 왈츠가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춤인지를 미각적으로 증명한다. 화려한 기교보다도 계절의 본질적인 향기만으로 클래식한 왈츠를 선사한다.

파르페를 마주하는 순간 가장 먼저 코끝을 스치는 은은하고 싱그러운 장미 향에 잔잔했던 공기가 조금 더 특별해진다. 길고 투명한 바디의 컵 안에 붉고 흰 아이스크림과 크림이 교차된 파르페는 봄날의 막바지에 다다른 장미꽃 들판을 연상시킨다. 스푼을 조심스럽게 떠 한입 맛보는 순간, 고급스러운 장미 아이스크림과 상큼한 라즈베리 소르베, 그리고 톡 터지는 달콤한 리치 과육이 쿵-짝-짝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며 어느새 파리의 광장으로 이동한 듯한 느낌이 든다.
산뜻한 과실의 기분 좋은 산미와 절제된 단맛이 쉴 새 없이 춤을 만들어내며 몽실몽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19세기 여인들을 연상시킨다. 화려하지만 가볍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아주 세련된 맛이다. 이스파한 파르페가 남기는 짙은 장미향의 여운은 평범한 오후의 티타임을 단숨에 우아한 왈츠가 흐르는 무도회의 한 장면으로 바꿔놓기에 충분하다.

클래식한 프랑스 제과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대담하고 현대적인 터치를 잃지 않는 셰프의 무대는, 50도의 따뜻한 우유에 적셔 먹는 마들렌으로 막을 올린다.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마들렌이 혀끝에서 사르르 녹아내릴 때쯤, 프랑스 현지에서 공수한 최고급 원료로 끓여낸 진한 쇼콜라가 컵에 담겨 등장한다. 우유를 머금은 마들렌과 묵직한 쇼콜라를 번갈아 음미하다 보면, 입안 가득 파리의 공기가 스며들며 미각이 부드럽게 예열된다.
이윽고 본격적인 왈츠의 시작을 알리는 은빛 3단 트레이가 무대 중앙에 등장한다. 오선지 위의 프렌치 감성을 섬세하게 담아낸 10여 종의 구움과자와 프리미엄 초콜릿 ‘오페라(Opera)’로 완성한 가나슈가 쿵짝짝 3박의 리듬을 나타낸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가보트와 헤이즐넛 랑그드샤, 귀여운 바닐라 곰돌이 가나슈와 사블레 등 다채로운 텍스처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멈추지 않는 3박자의 추진력을 발생시킨다.
특히 카라멜과 초콜릿의 가장 부드러운 교차점을 타격하는 ‘카라멜 초콜릿 핑거’는 짙고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마블 케이크’는 시각적인 화려함만큼이나 요동치듯 역동적인 미각의 회전력을 선보이며 왈츠의 시각을 장식한다.
가벼운 텍스처와 묵직한 단맛의 교차로 쉼 없이 이어지는 정교한 역학적 조화. 경계를 넘나드는 프랑수아 페레의 프렌치 파티세리 컬렉션은 1914 라운지를 파리의 무도회장으로 탈바꿈한다.
접시 위에서 가장 먼저 '쿵' 하고 강렬한 첫 박을 알리는 것은 육즙을 가득 머금은 특제 소시지다. 겉은 노릇하고 속은 탱글하게 잘 구워진 소시지의 농밀한 풍미가 브런치의 무게 중심을 단단하게 틀어쥔다. 이 묵직한 베이스 위로 뚜렷한 존재감을 뽐내는 알록달록한 채소 구이들이 경쾌한 두 번째, 세 번째 박자를 이어간다. 수란, 가지, 당근, 호박, 파프리카, 감자... 화사한 색채를 품은 채소들이 지닌 본연의 달큰한 수분감과 그릴링이 만들어낸 스모키한 향은 왈츠의 약박처럼 미각을 산뜻하고 유려하게 띄워 올린다.

여기에 한번 전조(조바꿈, Modulation)된 흥미로운 변주가 등장한다. 바로 서양식 브런치 플레이트에 예기치 않게 곁들여진 뺑 카라토 스타일 '소고기 뭇국'의 존재다. 이 따뜻하고 깊은 감칠맛의 국물은 전체적인 앙상블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콘트라베이스처럼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식사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속을 편안하게 잠재운다. 자잘하게 자른 무와 당근은 푹 우려낸 따끈한 소고기 국물 속에서 보석처럼 차르르 돌며 둥글게 삼박자의 춤을 이어나간다.
여기에 매일 구워내 랜덤으로 내주는 두 종류의 빵, 갓 착즙한 신선한 오렌지 주스의 기분 좋은 산미가 연속으로 뭉쳤다 헤어지면, 입안이 정리되면서 쉴 새 없이 다음 포크를 들게 만드는 완벽한 3박자의 추진력이 완성된다.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며 완성된 다채로운 앙상블은 오사카의 아침을 깨우는 완벽하고 생동감 넘치는 왈츠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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