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도 무섭다더니"…배달 치킨값 3만원 육박하자 벌어진 일 [현장+]

입력 2026-04-28 18:54   수정 2026-04-28 19:55



"배달비까지 하면 거의 3만 원인데, 같은 값이면 한강에 나와서 먹을래요. 여기서 치맥 하는 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낭만'이잖아요."

지난 23일 오후 서울 뚝섬유원지에서 만난 배채윤 씨(21)는 친구와 치킨을 먹으며 이같이 말했다. 친구 함채원 씨(21) 역시 "치킨값이 비싸서 집에서 혼자 먹기보다는 친구들과 밖에서 '재밌는 콘텐츠(잼컨)' 중 하나로 즐기는 게 훨씬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 "집보다는 밖에서"… 데이터가 말하는 치킨의 '장소 이동'

치킨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3만원에 육박하면서 소비자들은 치킨을 소비하는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AI 트렌드 분석 플랫폼 뉴엔AI의 '치킨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치킨과 함께 언급된 장소 1위는 호프집(27.2%), 2위는 한강(22.7%)이 차지했다. 전통적인 소비 장소였던 '우리집(20.7%)'은 3위로 밀려났다.


이는 고물가 시대에 치킨이 단순한 음식을 넘어, 비용을 지불한 만큼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한강공원에는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의 '치맥 문화'라는 공간적 경험을 소개하기 위해 치킨을 선택한 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30대 안모씨는 "지금 친구가 한국에 처음 여행 왔다"며 "한강 하면 치킨이라 이 문화를 알리고 싶어서 돗자리랑 이것저것 빌려서 먹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씨와 함께 온 20대 일본인 A씨는 "경치를 보고 매우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라고 적힌 번역기 화면을 보여주며 소감을 전했다.
◇ 맛보다 무서운 '가격'… BBQ는 가격 언급량이 맛 앞질러



소비자들이 치킨을 선택할 때 '가격'에 부여하는 비중도 압도적이다. 뉴엔AI의 리포트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맛 다음으로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 특히 BBQ의 경우 가격 언급량(42.7%)이 맛 언급량(39.7%)을 추월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치킨을 소비할 때 맛에 대한 기대감보다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감을 더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치킨은 소비자들에게 사치재가 아닌 '심리적 필수재'에 가깝다"며 "값이 올라도 사 먹어야 한다면, 호프집에서의 소통이나 한강에서의 풍경처럼 부가적인 '공간적 경험'을 만끽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올렸다간 매출 뚝"… 원가 상승에도 눈치 보는 프랜차이즈

소비자들의 민감한 반응에 치킨 업계는 닭고기 원가 상승 압박에도 '가격 동결' 카드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 공급가가 5~10% 인상됐음에도 주요 프랜차이즈들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은 과거 가격 인상 후 겪었던 후폭풍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가격을 인상했던 교촌치킨은 그해 매출이 전년 대비 14% 감소하는 타격을 입었고, BBQ는 과거 "치킨값 3만 원"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은 가격 저항선이 매우 낮은 품목"이라며 "현재로서는 가격을 올리기보다 소비자들의 '경험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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