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 과거 부모 손 잡고 나온 아이들로 붐비던 이곳은 이제 2030 세대가 많이 찾는 곳으로 바뀌었다. 이들의 손에는 말랑말랑한 촉감의 '왁뿌볼(스트레스볼)'이나 '말랑이', '키캡' 등이 들려 있었다.
이날 한 상인은 "두 달 전만 해도 한산했는데 요즘은 (관련 제품을 찾는) 성인들로 붐빈다"며 "인기 제품은 입고일인 수요일과 목요일 직후 동나기 일쑤라 주말에 일찍 오지 않으면 허탕을 치는 손님도 많다"고 귀띔했다.
저출생 장기화로 전통적인 유아동 완구 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20대부터 40대까지의 '어른이(키덜트)'들이 주력 소비자로 떠올랐다. 아이들 전유물로 여겨졌던 완구가 성인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나 수집의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고객층이 재편되는 모습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말랑이'나 '왁뿌볼' 같은 촉감 완구, 기계식 키보드의 재미를 더하는 '키캡' 등은 성인들의 대표적인 소모성 완구로 자리 잡았다. 캡슐토이를 뽑는 '가챠숍' 역시 성인들의 주요 방문 코스다. 1회당 5000~8000원, 인기 지식재산권(IP)의 경우 1만원을 상회하는 가격에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층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유년 시절의 향수를 찾는 '레트로(복고)' 수요 확대와 성인이 된 이들의 경제력을 꼽는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단순히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단계를 넘어 경제력을 갖춘 세대가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구조가 안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성인들의 완구 소비 확대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NH농협은행이 고객의 상반기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30의 완구 관련 지출은 전년(2024년) 대비 224% 급증했다. 시장 규모 자체도 커지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원대에서 2020년 1조6000억원으로 성장했으며 향후 11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유통 채널의 매출 비중 역시 성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구 프랜차이즈 아트박스는 전체 매출에서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70%까지 커졌다. 이에 힘입어 아트박스의 지난해 매출은 2697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1314억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대형마트인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역시 전자게임, 피규어, 조립 프라모델 등 성인 고객 비중이 높은 카테고리 매출이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2030뿐 아니라 구매력을 갖춘 40대도 완구 시장의 핵심 고객으로 부상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올해 1분기 판매자를 분석해보면 40대 남성이 키덜트 및 스타 굿즈 시장에서 활발한 거래를 보였다.

피규어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 45세 남성 판매자는 1분기에만 1600건 이상 거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년 시절 즐겼던 애니메이션 카드를 수집하는 '트레이딩 카드' 시장에서도 지난 2월 희귀 카드 한 장이 경매에서 약 245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MZ세대부터 X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다마고치, 가샤폰 등 인기 지적 재산권(IP) 상품을 모은 '반다이남코 팬시 페스타'를 개최했다. 이마트는 다음달 5일까지 포켓몬 30주년을 맞아 관련 상품 200여 종을 특가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미아점에서 '태권브이' 50주년을 기념한 특별 전시를 이어가는 등 키덜트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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