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기업의 자체브랜드(PB)가 진화하고 있다. 1세대 PB가 브랜드보다 가격이 싼 대체재, 2세대가 비슷한 품질을 표방했다면 3세대는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내 실시간으로 출시한다.
1일 쿠팡의 PB 자회사 CPLB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CPLB의 지난해 매출은 2조1778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설립 첫해인 2020년 반기 매출은 1331억원에 그쳤는데 불과 5년 만에 ‘2조 클럽’에 입성했다. CPLB는 곰곰(식품), 탐사(생활용품) 등 30개 이상의 PB 제품을 쿠팡에 공급하는 자회사다.
지난해 무신사의 PB 제품 매출 비중은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이마트의 PB 노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1조3950억원으로 10년 전(234억원)보다 60배 늘었다. 수만 건의 리뷰와 반품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을 생산하는 게 3세대 PB의 강점이다.
쿠팡 PB 자회사 영업익 74배↑…무신사 PB, 유니클로 추월 전망
무신사 스탠다드 등 무신사 PB 매출은 지난해 450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832억원이었다. 이 성장 속도라면 2년 안에 한국 유니클로 매출(지난해 1조3524억원)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세대 PB의 강점은 데이터와 제조 시스템이다. 요즘 유통사는 이용자 탐색부터 구매, 리뷰 데이터까지 실시간으로 제품에 반영한다. 예컨대 영양제 리뷰에서 ‘알약이 커서 삼키기 힘들다’는 불만이 많으면 바로 알약 크기를 줄여 출시한다. 무신사는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슬랙스 한 품목에 대해서만 한 시즌에 디자인 43종, 색상 39종으로 늘려 선택지를 세분화했다.PB는 한 번 생산라인을 깔면 교체가 어려운 일반 브랜드 공장과 달리 다양한 제조 공장과 계약해 활용한다. 쿠팡 PB와 협력 중인 제조사만 640곳이 넘는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제품을 시장에 배포할 수 있다. 노브랜드 관계자는 “유통사와 협업하고 싶어 하는 중소 제조사가 많기 때문에 이 중 좋은 품질과 합리적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와 일하면 된다”고 말했다.
쿠팡 PB인 ‘곰곰’ ‘탐사’, 무신사 스탠다드, 컬리의 ‘컬리스’ 등 3세대 PB는 실시간 검색어 등 데이터를 습득해 처음부터 잘 팔리도록 기획한 상품이다. 1세대 PB 경쟁력이 물건을 싸게 만드는 능력(소싱)이었다면 3세대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알고 맞춤형으로 내놓는 능력(데이터)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주부들이 ‘컬리가 고른 제품이라면 믿고 산다’고 하는 건 유통사 안목이 브랜드 로고를 압도한 사례”라고 했다.
PB 상품이 해당 유통 채널에서만 독점적으로 팔리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쿠팡은 롯데마트의 ‘오늘좋은’과 홈플러스의 ‘심플러스’를 판매한다. 이마트 피코크는 컬리에서도 살 수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외부 채널에 경쟁력 있는 PB를 팔면 상품을 경험한 소비자가 PB 유통사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PB 경쟁력이 높아지자 NB는 타격을 받고 있다. 대표적 품목이 생수다. 업계 1위 제주삼다수는 지난해 광동제약이 위탁 판매한 후 처음으로 매출이 줄었다. 백산수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중국 연변농심광천음료유한공사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28% 급감했다.
고은이/류은혁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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