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호르무즈 연합군'에 고심…원유 수송길 '딜레마'

입력 2026-05-02 13:53   수정 2026-05-02 13:54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 보장과 관련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다국적군 구상에 참여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상황에서 미국도 별도 국제 연합체를 제안해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정부는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실질적 기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군 자산 투입에는 안전 문제·국회 절차 등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다.

군 당국은 그간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지원에 관련된 다국적 논의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지난 3월 진영승 합참의장이 참석한 프랑스 주관 각국 합참의장 화상회의를 시작으로 실무·고위급 회의가 이어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에도 영국·프랑스가 공동 주관한 장성급 화상회의가 열렸다. 한국에선 합참 전략기획부장인 공군 소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40여개국이 참여한 이 회의에서 영국·프랑스는 종전 후 작전 구상을 설명했다. 한국 측은 기여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는 수준의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이 논의에 계속 참여하는 것은 항행의 자유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에 힘을 싣는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실제 작전 참여 방식은 간단치 않다. 종전 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 보호나 기뢰 제거 활동이 이뤄질 경우 군 자산 파견이 거론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현장 안전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현재 상황에선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부담이다.

일각에선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 대조영함과 임무를 교대할 구축함 왕건함 투입이나 군수지원함 파견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은 중동 상황 등을 고려해 왕건함에 대드론 무장 등을 보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드론을 포함한 여러 공격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절차도 변수다. 군 당국은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보내려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우선 실행 가능한 기여 방안으로 향후 구성될 다국적군 본부에 연락장교를 보내거나 정보 교류에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직접 함정을 투입하는 방식보다 위험 부담이 낮은 데다 국제사회 공조에도 일정 부분 참여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미국의 새 구상도 더해진 상황.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본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적 통항 재개를 위한 '해양 자유 연합' 구상을 담은 전문을 각국 주재 대사관에 발송했다고 전했다. 이후 호주·뉴질랜드 등이 미국으로부터 관련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외교 채널을 통한 참여 요청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정부는 공식 접수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한미관계, 국제사회 공조, 영국·프랑스 주도 구상, 미국 제안의 관계를 함께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미국의 구상이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작전 범위와 요구 수준, 기존 다국적 논의와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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