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생명, 5세대 실손보험 GA서 판매 안 한다

입력 2026-05-05 15:06   수정 2026-05-05 16:20



정부 주도의 ‘5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오는 6일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보험사들이 보험대리점(GA)을 통한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다.

5일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삼성생명은 5세대 실손보험을 GA를 통해 판매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손해율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농협생명도 GA 채널에서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의 5세대 실손보험 전환 판매를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대대적인 실손보험 개편안을 내놨지만, 정작 보험사들은 적자 심화를 우려해 판매 채널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삼성생명이 5세대 실손보험 GA 채널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보험업계의 속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실손보험은 국민 약 40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골칫덩이로 통한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에서만 매년 1조~2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어서다.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2022년 1조5301억원 △2023년 1조9747억원 △ 2024년 1조6226억원을 기록했다.

손해율도 계속 오르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실손보험(1~4세대 합산) 위험손해율은 전년 말(116.6%) 대비 2.7%포인트 상승한 119.3%를 기록했다.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100억원을 받아 119억원가량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른 손실 규모(위험손실액)는 2조1000억원 수준이다. 비급여 과잉 진료와 의료비 지출 급증으로 손해율이 악화하면 보험료 인상 압력은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5년간 실손보험료 누적 인상률은 46.3%에 달한다.

지금까지 실손보험 신규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는 2012년 AXA손해보험을 시작으로 10여곳에 달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4세대부터 GA 채널 판매를 중단했으며, 5세대에서도 그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전속 설계사 중심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5세대 실손보험은 비중증·비급여 치료의 자기부담률을 50%까지 높이고, 보장을 제한한 만큼 손해율이 과거보다 안정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병원 이용이 적은 가입자 중심으로 5세대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기존 상품의 손해율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기본 보험료 자체가 저렴하기 때문에 보험금 누수가 일어날 경우 이전보다 더 빠르게 손해율이 오를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여러 차례 실손보험 개편으로 비급여 보장 범위와 입·통원 치료비를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대별 손해율을 살펴보면 △1세대 113.2% △2세대 112.6% △3세대 138.8% △4세대 147.9%로 최근 세대 상품의 상황이 심각하다.

5세대 실손보험을 두고 당국과 업계가 초반부터 엇박자를 내면서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미 5년 전에 나온 4세대 실손보험은 성과가 저조하단 평을 받아왔다. 2021년 4세대 실손보험 출시 당시 정부에서 상품 전환 시 보험료 50% 감면 혜택을 제공했음에도 이듬해 말 기준 4세대 실손보험 계약 비중은 5.8%에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기부담률 상향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장치가 있단 점에서 상품 구조 자체는 구세대보다 좋지만, 당국의 압박으로 보험사들이 애초에 적정한 보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손해율 악화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당국이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찾지 않는 한, 보험사들의 소극적 판매 행태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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