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등장한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 직원들은 사실상 24시간 일한다. 직접 코드를 짜는 등의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대의 노트북을 켜놓고 개발 임무를 각 AI 에이전트에 자세하게 명령한다. AI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다른 업무를 한다. AI가 결과를 내놓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확인해 다시 보완하거나 다른 업무를 맡긴다. 이른바 ‘AI 에이전트 모멘트’다.
김명주 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10명이 하던 일을 2~3명이 할 수 있게 됐다”며 “인력 규모보다 AI 활용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테크 기업뿐 아니라 여러 회사와 직업에서 AI 에이전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하면 섬네일과 제품 컷을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다. 특정 부분만 수정하는 정밀 편집도 가능하다. 기존엔 경영 전략 수립, 소셜 콘텐츠 기획, 디자인 시안 제작, 클라이언트 컨설팅 초안 작성, 시장 조사 등의 업무는 외주를 주거나 여러 팀을 꾸려야 했지만 지금은 AI로 두 명의 팀장과 함께 처리한다.
특히 미국 대화형 AI 에이전트인 젠스파크의 ‘MoA(Mixture of Agents)’ 기능을 활용하면 여러 AI 모델을 동시에 구동할 수 있다. 보고서 초안, 콘텐츠 기획안, 데이터 분석 결과를 한 번에 생성하는 식이다.
AI 슬라이드 기능을 이용하면 회사 템플릿에 맞춘 파워포인트도 제작해준다. AI 시트 기능을 활용하면 수식과 차트가 포함된 엑셀 분석 대시보드가 즉시 구축된다. 예를 들어 “3년간 매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시트를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면 주요 지표와 그래프로 정리된 결과가 곧바로 나온다.
매일 필요한 산업 정보와 트렌드를 수집해 요약 보고서를 보내는 ‘워크플로’도 설정해 뒀다. 이러면 별도 작업 없이도 루틴한 업무가 돌아간다. A대표는 “이제는 AI에 어떻게 일을 시킬지를 설계하는 게 핵심 업무”라고 말했다.
B씨는 “AI가 만들어놓은 걸 확인하는 정도로 업무가 줄었다”며 “처음엔 오류 등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그대로 보낸다”고 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한 뒤 매일 1시간30분 걸리던 반복 업무가 20분 이내로 줄었다. 비용은 월 3만원 수준이다.
부산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D씨도 최근 4개월간 챗GPT와 클로드를 자동화 툴 ‘메이크’와 연동한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매장 운영 방식을 바꿨다. D씨는 매출 데이터와 고객 문의, 마케팅 업무를 분리해 자동화 흐름을 설계했다. 예를 들어 배달 플랫폼 주문 데이터와 판매 시점 정보관리(POS) 매출을 메이크로 연결해 매일 저녁 자동으로 매출 요약 리포트를 정리하는 식이다.
카카오 채널로 들어오는 영업시간, 배달 가능 여부 등 단순 문의는 클로드 기반 응답 시스템이 1차로 처리하도록 했다. 하루 20~30건에 달하던 반복 문의 대응은 대부분 자동화돼 수작업 비중이 10% 이하로 낮아졌다. 신메뉴를 출시할 때는 챗GPT로 블로그·인스타그램 게시글 초안을 생성하고 이를 예약 게시 및 문자 안내와 연동했다.
국내 게임 개발자 E씨는 커서 내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AI 클로드를 선택하고 MCP로 엔진을 연동해 기획안을 즉시 실무에 반영한다. “적의 공격 패턴을 설계하라”는 지시만으로 전투 로직을 생성하고 피드백을 실시간 반영하는 ‘지시→즉시 구현’ 구조가 안착하면서 프로토타입 제작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고 비용 부담 역시 월 수십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영애/안정훈/유지희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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