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추진하겠습니다.”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의 공약이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경제 전문가’조차 표심 앞에서는 예외가 없다. 추 후보는 대구가 울진의 원전과 낙동강을 통해 전력과 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한술 더 떴다. 그는 “취임 1년 내 10조원 규모의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가세했다. 이미 경기 용인과 평택을 중심으로 수백조원대 투자를 확정 짓고 ‘속도전’에 사활을 건 기업들의 경영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들이다.

사실 국내 정치권이 무분별한 공약을 남발하는 풍경은 4년 전에도 등장한 지독한 데자뷔다. 2022년 선거 당시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는 “삼성 반도체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원주를 들썩이게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원주에 들어선 것은 삼성의 생산라인이 아닌 교육원뿐이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서 김 후보는 다시금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외치며 유권자를 자극하고 있다.
더 치명적인 것은 인력 이탈이다. 반도체는 사람이 전부다. 젊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지방으로 공장이 갈 수도 있다”는 루머가 도는 순간 조직은 동요한다. 핵심 인재들이 이탈할 경우 기업이 보는 유무형의 손실은 환산조차 어렵다.
이제는 ‘공약의 질’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 글로벌 반도체산업은 개별 기업의 싸움을 넘어선 ‘국가 대항전’이다. 반도체는 1분 1초를 다투는 속도전의 영역이지, 4년 주기 선거판의 볼모가 아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확정된 국가 산단이 제때 가동될 수 있도록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 걸림돌을 치워주는 조력자의 역할이다. 정치인이 기업을 전리품으로 여기는 구태를 반복하는 한 한국 반도체의 ‘초격차’는 선거철마다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김채연 산업부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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