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를 달리던 벤츠 승용차에서 갑자기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주는 엔진 이상으로 수리한 직후 사고가 발생해 차량 결함을 의심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차량에 기술적 결함은 없고 ‘이중 보상’ 문제 때문에 폐차 관련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7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 3월 8일 발생했다. 오후 1시 5분께 A씨는 자신의 벤츠 C300에 탑승했다. 탑승 후 기름 냄새가 나고, 엔진 경고등이 점등된 것을 발견했다. A씨는 벤츠 서비스센터 담당자와 통화했다. 서비스센터 측은 “일단 주행은 가능하니 집에 가서 기다리면 다음 날 차를 입고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운전대를 잡았고, 오후 1시 15분께 부산 장산2터널에 진입했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아도 속도가 점점 느려졌고, 결국 차량이 멈춰 섰다. 조수석 보닛 앞에서 불꽃을 발견한 A씨는 대피한 뒤 119에 신고했다. 소방관 68명, 펌프·물탱크차 14대가 투입돼 17분 만에 화재가 진압됐다. 이 사고로 차량 전면부가 모두 불에 탔고, 결국 폐차했다.
A씨는 차량 결함으로 불이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재 발생 전 4개월간 이미 세 차례 수리받았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 두 달 전인 1월 13일에도 엔진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고, 2월 11일 차량을 입고했다. 2월 13일 수리가 끝났고, 3월 7일 차를 돌려받았다. 차량 인도 후 하루 만에 불이 난 셈이다.
소방 당국은 화재조사보고서를 통해 “2024년식 차량이 엔진 경고등으로 2번의 입고와 차량 운행 전 엔진 경고등이 점등된 점 그리고 화재 발생 전 출력 저하가 발생한 점을 미뤄 엔진의 기계적 원인 또는 전자 장비 등에서의 미상의 원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는 시험 운전 모습이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근거로 차량이 제대로 수리되지 않은 채 출고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해당 영상에는 언덕을 올라가는 중 굉음과 함께 차량의 RPM이 빠르게 떨어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반대로 벤츠코리아는 ‘차량 결함은 없다’는 입장이다. 벤츠코리아는 “차량 시스템에서 사고를 유발할 만한 직접적인 기술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특히 엔진 및 해당 구성 요소에서 엔진 오일의 누출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전면부에서 전기적 과열 및 단락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아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이번 사고가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라며 “열적 현상 원인을 결정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2년 전인 2024년 6880만원을 들여 해당 차량을 구매했다. 차량 결함으로 폐차하게 됐으니 적어도 제조사가 출고가만큼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도 요구하고 있다. 운전자는 벤츠코리아와 딜러사 KCC오토 및 서비스센터 등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부산해운대경찰서에 고소했다.
벤츠코리아 측은 추가 보상에 난색을 보이는 중이다. 이미 차주가 보험사를 통해 차량 가격 일부를 보상받았기 때문에 벤츠코리아가 추가로 지원하면 이중 배상 금지 원칙에 저촉된다는 취지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향후 구상권이 청구되면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차주가 가입한 보험사에 배상해야 한다”며 “차량 관련 배상금을 차주에게 지급하게 되면 이중 배상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차종은 스티어링 칼럼(스티어링 휠의 지지대)의 제어 모듈 문제로 리콜될 예정이다. 공급 업체 개발 과정 편차로 스티어링 휠 열선 기능 사용 시 경적과 스티어링 휠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10차례 무상수리도 이뤄졌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측은 화재 위험과 관계없는 리콜 및 무상수리라고 밝혔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수리 후 차량은 이상 없이 출고됐다”며 “조사 결과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고객의 불편함과 사안을 고려해 필요한 협의를 통해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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