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페북 청소년계정 성인콘텐츠 검색·DM·팔로우 모두 '차단'

입력 2026-05-08 01:01  


메타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청소년 계정에 '13세 이상 관람가 영화' 기준을 적용한 콘텐츠 필터링 기능을 도입한다. 청소년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영화 등급 체계에 준하는 수준으로 제한하고, 성인용 콘텐츠를 반복 게시하는 계정은 팔로우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둘러싼 규제와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성년자 보호 기준을 더 촘촘하게 마련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청소년 계정에 13세 이상 관람가 기준 적용
안티고니 데이비스 메타 글로벌 안전정책 총괄 부사장은 7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디어 브리핑에서 "인스타그램 청소년 계정에 13세 이상 관람가 영화 등급에서 착안한 콘텐츠 설정을 기본값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메타는 지난해 2월 아태 지역에서 '청소년 계정' 기능을 먼저 도입했다. 18세 미만 이용자를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하고, 메시지 제한·60분 이용 알림·수면 모드 등을 기본 적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부적절한 콘텐츠 노출'에 대한 부모들 우려가 이어졌고, 기존 콘텐츠 관리 정책이 복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부모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외부 기준으로 '13세 관람가 영화 등급' 체계를 채택했다는 게 메타의 설명이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청소년이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콘텐츠가 연령대에 걸맞은 영화 수준과 비슷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스타그램 청소년 계정에 먼저 적용되며 페이스북과 메신저에도 전 세계적으로 순차 확대된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미국·영국·호주·캐나다에서 이 기능을 먼저 도입한 바 있다.
DM·검색·AI에도 같은 기준 적용
브리핑에 따르면 새 설정은 추천 피드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피드·스토리·댓글·DM(다이렉트메시지)·검색 등 인스타그램 전반에 걸쳐 작동한다. 누군가 청소년에게 정책 위반 콘텐츠 링크를 DM으로 보내더라도 해당 링크를 열 수 없다. 술·담배 등 성인 콘텐츠 관련 검색어는 결과가 표시되지 않으며 메타의 AI 기능 역시 13세 이상 관람가 기준에서 벗어난 답변을 내놓지 않도록 설계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계정 단위 차단이다. 지금까지는 개별 콘텐츠 중심으로 노출을 제한했다면, 앞으로는 18세 이상 콘텐츠를 상당량 게시하는 계정 자체를 청소년이 팔로우할 수 없게 했다. 프로필 사진·이름·소개글에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된 계정도 마찬가지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이번 설정에서 의미 있는 변화는 개별 콘텐츠가 아니라 계정 전체에 적용된다는 점"이라며 "부적절할 수 있는 상호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메타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 세계 부모 수천 명에게 실제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평가하도록 했다. 아태 지역 부모도 참여했다. 현재까지 수백만 건의 콘텐츠 평가가 접수됐고, 메타는 이를 정책 조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기존 정책은 13세 이상 관람가 영화 기준과 대체로 맞았고 일부 영역에서는 더 엄격했다"고 말했다. 가령 인스타그램은 나체나 성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반면, 13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는 짧은 나체 장면이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타는 위험한 스턴트 장면도 청소년에게 추천하지 않게 했다.

메타는 가정마다 콘텐츠 허용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반영해 기본 설정보다 더 엄격한 '제한된 콘텐츠' 설정을 새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설정을 적용하면 13세 이상 관람가 영화 기준보다 더 많은 콘텐츠가 걸러지고, 청소년이 게시물 댓글을 보거나 남기는 기능도 제한된다.

반대로 기본 설정보다 덜 제한적인 환경을 원하는 가정을 위한 선택지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부모 승인이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성인 계정과 같은 수준으로 제한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며 "13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서 선정적 콘텐츠나 강한 언어 표현이 가끔 나올 수 있듯,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도 청소년이 그런 콘텐츠를 간혹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 사례를 최대한 드물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규제 압박 커지는 빅테크
메타가 청소년 보호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에는 각국의 플랫폼 규제 강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는 청소년의 SNS 이용과 정신건강, 플랫폼 알고리즘 책임을 둘러싼 소송과 규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청소년 이용자 보호 의무를 둘러싼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 유튜브가 플랫폼 설계와 경고 의무 측면에서 과실이 있다고 보고 총 600만달러 배상 평결을 내렸다. 메타는 이후 평결 취소 또는 새 재판을 요구했다.

뉴멕시코주에서도 메타의 아동 안전 조치를 둘러싼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현지 법무부는 지난 3월 배심원단이 메타의 소비자보호법 위반을 인정하고 3억7500만달러의 민사 벌금 평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메타는 관련 판단에 불복하는 입장이다.

유럽 국가들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디지털서비스법에 근거해 메타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13세 미만 미성년자 접근 위험을 충분히 식별·평가·완화하지 못했다는 예비 판단을 내렸다. 위반이 최종 확정되면 기업의 전 세계 연간 매출 최대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의 SNS 이용 제한과 알고리즘 규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14세 미만 가입 제한, 16세 미만 이용 시간 제한, 알고리즘 추천 기능 제한 등을 담은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 기능 강화가 플랫폼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규제 대응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규제 논의가 확산하면서 '연령 확인'이 플랫폼 업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소년 보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용자가 실제로 미성년자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브리핑에서 이용자가 가입할 때 입력한 나이, 신고, 텍스트와 시각적 신호 등을 종합해 연령을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연령 파악은 업계 전체의 과제"라며 앱마켓과 운영체제 단계에서 부모가 확인한 연령 정보를 플랫폼에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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